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내년 신규매장 ‘全無’대형마트 3사 출점경쟁 끝… 리뉴얼 등 수익성 강화 나서정부의 ‘규제’는 넘어야 할 장벽… 역차별 논란도
  • ▲ 규제로 발목에 쇠사슬을 달고 뛰는 대형마트가 벼랑 끝에 놓여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국내 3대 대형마트가 모두 2020년에 단 1개의 점포도 새로 열지 않을 계획이다. 3개사의 신규점 출점 계획이 모두 ‘제로(0)’인 것은 최초다. ⓒ이마트
    ▲ 규제로 발목에 쇠사슬을 달고 뛰는 대형마트가 벼랑 끝에 놓여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국내 3대 대형마트가 모두 2020년에 단 1개의 점포도 새로 열지 않을 계획이다. 3개사의 신규점 출점 계획이 모두 ‘제로(0)’인 것은 최초다. ⓒ이마트
    규제로 발목에 쇠사슬을 달고 뛰는 대형마트가 벼랑 끝에 놓여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국내 3대 대형마트가 모두 2020년에 단 1개의 점포도 새로 열지 않을 계획이다. 3개사의 신규점 출점 계획이 모두 ‘제로(0)’인 것은 최초다.

    올해 대형마트 신규 출점은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이천점 출점이 전부다. 대형마트는 ‘수익성이 곧 출점’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출점 여부가 매출과 직결됐다. 하지만 최근 유통업계는 각종 규제와 실적 악화로 사실상 불가능해진 신규출점보다는 리뉴얼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새해에도 신규 출점보다 기존점 강화와 초저가 경쟁 등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는 더 이상의 외형 확대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내년부터 수년간 신규점 출점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대형마트의 출점은 곧 매출 증대를 의미했다. 그러나 장기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에 유통산업발전법상 출점 규제, 1인 가구 증가 등에 의한 근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소비 확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비중 확대 등이 대형마트 출점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업황이 너무 좋지 않아 신규점 출점은 고사하고 점포 리뉴얼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 핵심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자원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하락세가 시작된 것은 5년 전부터다. 쿠팡, 이베이, 마켓컬리 등 온라인쇼핑 업체들의 초저가, 총알 배송 전략으로 소비자들은 점차 대형마트 방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손쉽게 모바일 터치 몇 번만으로 신선식품을 비롯한 무거운 생필품 등이 집 앞에 빠르게 배송되는 편리함을 누리게 됐기 때문이다.

    2007년 21조2940억 원이던 온라인쇼핑 매출은 2015년 46조7888억 원으로 급속 성장하며 같은 해 대형마트(32조7775억 원)를 처음 추월했다. 지난해의 경우 온라인쇼핑 매출(70조3227억 원)은 대형마트(33조4536억 원)의 2배가 넘는다.

    대형마트들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2012년 7350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4628억 원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3분기 기준(1∼9월)1606억 원에 불과하다. 롯데마트도 2016년 970억 원의 영업적자를 본 데 이어 2017년에는 229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도 2016 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 3208억 원에서 2018 회계연도에 1090억 원으로 줄었다.
  • ▲ 이마트는 내년부터 새 단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선식품 상품기획(MD)과 식음료 브랜드를 강화하고 가전제품 매장을 늘려 그로서리(식료품)와 몰을 결합한 형태로 확 달라진다.ⓒ이마트
    ▲ 이마트는 내년부터 새 단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선식품 상품기획(MD)과 식음료 브랜드를 강화하고 가전제품 매장을 늘려 그로서리(식료품)와 몰을 결합한 형태로 확 달라진다.ⓒ이마트
    대형마트들도 다각도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이마트는 내년부터 새 단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선식품 상품기획(MD)과 식음료 브랜드를 강화하고 가전제품 매장을 늘려 그로서리(식료품)와 몰을 결합한 형태로 확 달라진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공세로 올해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운 전략이다.

    삐에로쑈핑, 부츠 등 비효율 점포를 정리해 마련한 투자재원은 이마트 기존점 업그레이드와 성장성이 높은 전문점을 확장하는 데에 사용된다. 이마트는 그로서리 매장을 강화하는 등 기존 140개 이마트 점포 30% 이상을 리뉴얼해 ‘고객이 가고 싶은 매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이마트 월계점이 미래형 점포로 바뀐다. 신선식품 MD와 식음료 브랜드를 강화한다.

    여기에 올해 '대박'을 낸 초저가 전략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새해부터 초저가 탄생일을 예고했다. 이마트는 오는 1월 1일 쓱데이에 버금가는 초특가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앞으로 전문점 사업 재편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국민가격’, ‘초특가 행사’ 등 상품 가격 경쟁력 강화와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직접 기획해 주문 제작하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내년 상반기에 출시되는 롯데그룹 통합 모바일 앱 ‘롯데ON’ 입점을 준비 중이다. ‘통큰 치킨’ 등 고객 반응이 뜨거웠던 히트 상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여기에 자율형 점포와 체험형 콘텐츠도 확충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쇼핑 트렌드에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도록 현장에 큰 권한을 주고 지역 상권에 맞는 점포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온라인 시장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만의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에서다. 올해부터 운영 중인 자율형 점포 20개의 경우 타 점포 대비 3.5% 수준의 신장률을 보인 바 있다.

    홈플러스는 온·오프라인을 넘는 ‘올라인’ 플레이어로의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이같은 전략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슈퍼마켓에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 번에 살 수 있는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을 확대 중이다. 아울러 전국 140개 점포를 지역별 온라인 물류센터로 활용해 배송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 PB가 대부분 중저가 브랜드인 것과 달리 최근 프리미엄 PB 브랜드 ‘시그니처’를 론칭해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반면 새해에도 대형마트에 정부의 ‘규제’는 넘어야 할 장벽이다. 유통 시장의 패권이 이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는데도 정부 규제가 국내 대기업 계열 오프라인 점포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기 때문이다.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규모점포 규제는 2010년에 도입된 대형마트·SSM 등의 전통시장 인근 신규 출점을 막는 ‘등록제한’과 2012년에 시작된 의무휴업일 지정 및 특정 시간 영업금지를 골자로 하는 ‘영업제한’이 대표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일부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사업 존폐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