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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과의 전면전에 브레이크를 거는 대신 경제 제재로 선회키로 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반격에 나설 경우 국제적 규모의 분쟁으로 확전시키겠다는 엄포를 내놓으면서도 더 이상의 상황 악화는 원치 않는다고 해 전면전은 피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미국 내에서는 전면전 대신 국지전, 대리전, 사이버테러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뉴욕 금융서비스국(NYSDFS)은 지난 4일 자국 내 모든 규제 대상 기관에 이란의 사이버테러 공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응준비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금융사들을 비롯한 모든 금융관계기관들은 일제히 대응 마련에 돌입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도 6일 미 사이버보안팀에 경보령을 내리고 이메일 피싱 시도를 포함해 네트워크와 이메일 트래픽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 관계자는 “미 금융당국이 이란 관련 사이버공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고 대비태세를 갖추라고 당부했다”며 “전산 보안상 취약점은 없는지 살피고 고객 로그인 인증절차를 강화하며, 재난복구계획을 살펴보라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미국 금융당국의 당부에 따라 피싱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패치를 설치하고, 다중 인증 구현, 재해복구 대책 점검 등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란은 정치적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미국과 물리적 전면전대신 사이버 확전을 펼쳐왔다.
미국이 이란 핵연료 시설에 가한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2012년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와 미 은행 컴퓨터 시스템 3만5000여대에 '데이터 영구 삭제'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미국 금융시장은 사이버테러의 위험성을 걱정하면서도 증시나 유가급등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지난 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군사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다”는 연설 이후 미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보였고, 국제유가도 급등분을 반납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현지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전면전의 가능성은 크게 보지 않는 분위기”라며 “미국과 이란은 확전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증시나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확전으로 유가가 출렁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미국 금융시장 안팎의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미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경제가 작년보다 올해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선을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도 방어하고 경제도 안정시켜야 한다”며 “트럼프 입장에서는 중국과도 무역분쟁을 휴전할 수밖에 없고, 중동 불안으로 인한 유가인상도 반갑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에서는 전쟁에 대한 반감이 큰 분위기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미국 내 젊은 층에서는 전쟁에 대한 반감이나 저항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