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진에 국제유가 불안까지… 실적 고민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4분기 영업익 기대 이하 우려미중 무역 분쟁 가라 앉자 마자 중동 불안까지 겹악재
  • 자료사진.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던 미국과 이란간 갈등이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원유수급을 우려하던 정유업계도 양국의 전면전이나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면했다고 보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중동 정세가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앞선 미중 무역 분쟁 여파에 이번 사태까지 겪으면서 정유업계 실적은 역대 최저 수준의 '어닝쇼크'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며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말 배럴당 67.27달러, 서부텍사스유(WTI)는 61.05달러에 각각 거래돼 3분기 말에 비해 10.4%, 12.9% 각각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4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및 러시아 등 비회원국의 증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5~6월 급락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4분기 들어 다시 오르는 분위기다.

    올해 초에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우려감이 고조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지난 주 WTI의 경우 지난해 5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이란 사태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지난 주 말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하락하기도 했지만, 미국과 이란의 극단적 긴장이 반복되면서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게다가 OPEC의 추가 감산과 미국-중국 무역협상 타결에 따른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가 상승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사에 호재다. 정유사는 원유를 구입한 뒤 2~3개월 후에 판매하기 때문에 기존에 구매해둔 원유 가치가 판매시점에 떨어지면 손해, 높아지면 이익을 보게 된다. 게다가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도 높아져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유 공급 불안으로 폭등한 국제유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고, 정유사들은 기존에 구매한 원유 재고의 가치가 하락해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특히 원유 소비 증가 같은 정상적인 유가 상승과 달리 이번 같은 돌발 이슈에 따른 유가 상승 때는 정제마진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평가다.

    오히려 세계 경기가 위축돼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A정유사 관계자는 "궁극적인 시장 개선은 결국 전 세계 석유제품 수요의 회복으로 가능하다"며 "그동안 미중 무역전쟁으로 석유 수요가 많이 하락해 글로벌 경기 악화가 지속됐는데,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회복이 쉽지 않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0.1달러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주간 정제마진이 월 평균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1년 6월 이후 18년 만이다. 올해 정제마진은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 운영비 등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정제마진이 올라가면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내리면 그 반대다. 국내 정유사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9월 셋째 주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드론 테러 이후 공급 감소 우려로 10.1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계속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에는 -0.6달러를 기록,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주간 기준 마이너스로 하회했다.

    이후 소폭 상승하는가 싶더니 12월 둘째 주 0달러에 이어 셋째 주에 -0.7달러로 곤두박질치면서 월 평균 -0.1달러를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마이너스 마진이 이어져왔지만, 이란 사태가 터진 후 악화됐다"며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생긴 셈"이라고 진단했다.

  • 자료사진. 원유운반선. ⓒ연합뉴스
    ▲ 자료사진. 원유운반선. ⓒ연합뉴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유사들의 지난해 4분기 예상실적을 전망치보다 낮추고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최소 11조원 후반대에서 12조4500억원대 사이로, 영업이익은 1060억원에서 2140억원으로, 컨센서스 4276억원보다 큰 폭으로 하회할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을 517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SK이노베이션의 복합정제마진이 배럴당 6.3달러로, 전분기보다 1.2달러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지연되면서 화학제품의 스프레드도 대부분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데 이어 1분기에만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2분기 이후 계속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유보다 가격이 더 낮은 벙커C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정제마진이 예상외로 장기간 하락세를 보인데다 유가가 요동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제마진 자체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에 급제동이 걸렸다"며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정유 영업이익은 전분기대비 38.7% 줄어든 404억원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6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8% 줄어들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1100억원대에서 최대 1800억원대로, 전년대비 흑자전환할 가능성도 보인다. 다만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 2915억원보다 60%가량 감소한 수치다.

    에쓰오일 역시 선박의 연료 전환 시기가 다소 늦어지면서 예상보다 정제마진 상승 시점이 지연됐다. 또 4분기에 중국 티폿(소규모 민간정유업체)들이 연말 쿼터(할당) 소진을 위해 가동률을 높이는 시기인 것 역시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B정유사 관계자는 "글로벌 과잉공급으로 정유업황이 어렵지만, 4분기 유가 상승은 부진을 일부 상쇄할만한 요인으로 꼽힌다"면서도 "업황 불황은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데다 IMO2020에 대한 호재 예측시점도 늦어지는 양상이고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까지 더해 한 치 앞으로 내다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정유사의 경우 올해 경영계획 수정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제마진 악화로 시설을 가동할수록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면서 내년 사업계획 구상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당장 올해 1분기와 연간실적 전망을 해야 하는데, 올해 실적 전망이 순탄치 않다"며 "정제마진이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개선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 4분기뿐만 아니라 올해 1분기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