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시민단체 파기환송심 관련 공동성명특검 증거 채택 등 '확증편향' 주장 눈살파기심 유무죄만 판단… 특검 증거 취지 부합편향적 정보 앞세워 여론몰이… 적폐 프레임 씌우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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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에서 편견은 '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확증편향은 인지적 편향의 일종으로 자신의 믿음에 맞는 정보나 신념에 일치하는 정보들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해버리는 경향을 말한다.인터넷에서는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인 '답정너'로 자주 쓰인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찮다. 아이들의 편식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듯이 왜곡된 사고나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특히 개인의 편향을 넘어 집단화로 전개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여론몰이를 통해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편향적인 주장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해 보인다.범여권과 친정부 성향 시민·노동단체들은 지난 21일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관련 사법정의 실현을 희망한다는 목적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성명에는 박용진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4명, 심상정 추혜선 의원 등 정의당 의원 6명,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종훈 민중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43명이 이름을 올렸다. 시민단체에서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함께 했다.성명은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심리에 준법감시위원회 설치가 영향을 줘서는 안되고 이를 명분으로 구명에 나선다면 또 다른 사법농단과 법경유착의 시작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여기에 특검이 신청한 증거 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의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문제는 이번 성명이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미 답을 정해 놓고 무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후계 작업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삼성물산 합병 비율 의도적 가치 불리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 연관된 사건들의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이는 재판의 성격은 거론하지 않은채 입맛에 맞는 내용만을 선택적으로 인용한 성격이 짙다. 파기환송심은 대법 상고심의 판시사항과 그 이유에 따라 심리 범위가 제한된다.재판부는 파기심 1차 공판에서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 않겠다"며 오로지 양형에 관한 변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삼성바이오 관련 의혹의 경우 상고심이 다루지 않은 사건으로 파기심의 심리 범위 밖에 있다. 사실상 특검이 제출하겠다는 증거는 이번 파기심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은 자료인 것이다. 재판부가 지난 17일 삼바 자료 채택이 불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또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대한 의혹 역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해 말 1심 선고에서 검찰 공소사실 중 '분식회계 의혹' 부분의 삭제를 명령했다.당시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 "상당량의 자료가 확보돼서 수 개월간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회계부정 사건은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며 "이후 기소돼도 범죄 성립 여부와 법리 등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이에 따라 이번 성명은 정치권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월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동성명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다분히 정치적인 제스처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편향적 정보를 앞세워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점이다. 법원 판단에 앞서 적폐로 낙인 찍으며 '삼성=유죄'라는 공식 만들기에 여전히 혈안이다.준법감시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재판부는 삼성 준법위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고 철저한 점검을 위해 독립적기구까지 구성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만 사로잡혀 편향적 시각만 내세우는 건 아닌지 되짚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