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에쓰오일, 10년래 최악 수익성대규모 투자 등 손실 요인 적어… 안정적 실적 시현2조7천억 규모 MFC 프로젝트 본격화… 재무안정성은 '부담'
  • ▲ GS칼텍스. ⓒ정상윤 기자
    ▲ GS칼텍스. ⓒ정상윤 기자

    GS칼텍스의 지난해 영업 성적이 경쟁사에 비해 비교적 무난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의 경우 대규모 투자 등으로 10년 이내 최악의 수익성을 기록한 것과 달리 업황 침체에 따른 여파만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대규모 투자사업을 본격화한 만큼 재무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7035억원의 56% 수준으로,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전년(8522억원)에 비해 59.9% 급감한 341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분기 실적이 소폭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경쟁설비의 생산 차질에 따른 PX(파라자일렌) 스프레드 상승으로 석유화학 부문 이익이 증가했으나, 3분기까지 정제마진 부진과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 제품의 수급 저하 및 마진 하락 여파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7851억원에 그쳤다.

    특히 4분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의 정제설비 증설과 중국 민간정유사의 연말 가동률 상승으로 인한 수급환경 저하로 정제마진이 급락해 12월 한 달 평균 -0.2달러의 마진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은 업계 전반에 걸친 악재인 만큼 경쟁사들 역시 악영향을 받긴 마찬가지다. 다만 경쟁사들에 비해 추가적인 손실 요인이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개발사업이나 배터리 부문 강화 차원에서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되면서 자금 소요가 있었고, 에쓰오일 역시 RUC 준공으로 채권 상환까지는 당분간 일정 수준의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GS칼텍스는 본격적인 투자가 이제야 시작된 만큼 아직까지는 영업외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GS칼텍스는 2018년부터 나프타, LPG, 부생가스 등을 원재료로 투입해 에틸렌(연간 70만톤), 폴리에틸렌(연간 50만톤) 등의 올레핀 계열 제품을 생산하는 MFC(Mixed Feed Cracker)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약 2조7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투자 완료 후 기존 방향족 이외에 올레핀 계열의 제품을 확대함으로써 석유화학 부문의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실적변동성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경우 최근 10년 이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순이익은 657억원으로, 2014년 5371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4분기에 4799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매출액(49조원)과 영업이익(1조2692억원)이 전년대비 8.00%, 39.6% 감소한 가운데 수익성도 크게 하락했다. 올 들어 분기마다 전년대비 역성장한데 이어 영업이익 대비 순이익 비중이 5.18%로, 직전 5년 평균 57.1%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최악의 수익성을 기록한 것이다.

    순손실은 △E&P 광구 손상 2888억원 △파생손실 1182억원 △이자비용 763억원 △지분법손실 184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미국 셰일 광구 개발사업에서 3000억원 가까이 손실을 입었다"며 "해당 사업은 유전탐사사업으로, 채굴권을 획득해 개발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지하 매장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취할 수 없다보니 상당히 리스크가 큰,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굴 과정에서 사업성이 부족한 경우 이처럼 손상처리를 한다"며 "문제는 올해 국제유가가 가라앉으면서 개발투자비를 보완할 수가 없었고 대규모 순손실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 ▲ RUC. ⓒ 에쓰오일
    ▲ RUC. ⓒ 에쓰오일

    에쓰오일도 2014년 2878억원 순손실 이후 가장 낮은 86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과 마찬가지로 매출(24조원)과 영업이익(4491억원)이 전년대비 4.19%, 29.7% 각각 줄어든 데다 매분기 순이익도 전년대비 부진했다. 다만 4분기 전년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77억원으로, 전년동기 5818억원의 3.05% 수준에 불과했다.

    에쓰오일 역시 영업이익 대비 순이익 비중이 19.2%에 그치면서 직전 5년 평균 73.4%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에쓰오일의 경우 RUC 프로젝트 준공으로 인한 채권 등의 이자가 영업외이익으로 계상되면서 순손실이 늘어났다. 프로젝트 진행 당시에는 해당 이자비용이 사업 부문에 반영됐으나, 사업이 준공되면서 채권 등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에쓰오일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1222억원가량의 환차손실이 발생하면서 연간 순이익이 약 1700억원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업황 침체에 따라 중기적으로 영업현금흐름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가 예정돼 있는 GS칼텍스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MFC 프로젝트 관련 투자자금 지출이 지난해부터 본격화됨에 따라 당분간 투자자금 소요로 인한 외부차입이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차입금 규모는 3조9391억원으로, 전년동기 2조8874억원에 비해 36.4% 증가했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수익성 하락으로 현금창출력이 축소된 가운데 투자 및 배당 부담으로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하고, 리스 회계 기준 변경으로 리스부채도 계상되면서 3분기 순차입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기차입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일시적으로 재무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은 2017년 1810억원에서 2018년 6737억원, 2019년 9834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차입금에서의 비중도 4.98%에서 24.9%로 크게 늘었다.

    이와 관련,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지난해 9월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달기도 했다. 당초 예상치보다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된 데다 일정 규모의 설비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이 주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