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코오롱생명과학 조모 이사 상대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 진행검찰이 공범으로 지목한 이우석 대표 구속, 김모 상무는 구속영장 기각된 상태재판부, 인보사 성분 바뀐 경위·이유에 대해 과학적 근거 제시 못한 부분 주목
  • ▲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코오롱생명과학
    ▲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코오롱생명과학

    법원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안전성에 대해 판단하려면 15년간 장기추적조사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로 인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재판을 통해 인보사의 안전성을 입증하려는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4일 오전 10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코오롱생명과학 조모 이사(임상개발팀장)를 상대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조모 이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의 신약 허가를 얻기 위해 인보사 성분을 조작하고 허위 서류를 제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해당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김모 상무(바이오연구소장)의 구속 여부에 대해 확인했다. 이우석 대표는 지난 1일 구속됐지만 김모 상무는 지난해 12월 재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김모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법원이 인보사의 안전성을 문제로 삼을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보사의 안전성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재판부는 "식약처에서 신장세포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해서 15년간 장기추적을 지시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인보사가) 100% 안전하다고 재판 과정에서 입증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에서는 인보사의 안전성이 입증되려면 15년간 장기추적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재판을 통해 인보사의 안전성을 입증하려는 계획은 상당히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지난해 12월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인보사 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본안소송에서 인보사의 안전성에 대한 심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재판부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2액이 연골세포에서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부분에 주목했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인보사는 1액과 2액으로 구성돼 있다. 1액은 다른 사람에게서 채취한 세포인 동종유래 연골세포(HC)이고, 2액은 성장인자 유전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로 구성됐다. 유전자를 담은 2액 덕분에 인보사는 지난 2017년 7월 국내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인보사의 2액이 1액과 같은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려면 1액과 2액의 단백질 발현양상을 비교·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은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한 자료를 제출해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또한, 식약처가 2액의 최초 세포를 분석한 결과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gag·pol)가 검출됐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신장세포가 아니라는 증거로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식약처의 의견이다.

    재판부는 "식약처의 주장이 맞다면 단순한 과실로 보기 어려운데 이런 부분에 대한 (변호인 측의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신장세포가 바뀐 경위와 그 이유에 대해서 과학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준비기일에는 검찰과 피고인 양측에서 1시간씩 PPT로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편, 인보사는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인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3월31일 유통·판매가 중단됐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 5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이 대표를 형사 고발했으며, 같은해 7월 인보사의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최종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