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단체여행비 8.9% ↓…졸업식 취소로 생화 11.8%↓외식물가 0.7% 상승 그쳐…서비스물가 20년만에 최소지출목적별로는 교통 6.2% 오르고 오락·문화 1.8% 내려
  • ▲ 발길 끊긴 거리.ⓒ연합뉴스
    ▲ 발길 끊긴 거리.ⓒ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야외활동과 외출을 삼가면서 외식·여행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외식 물가가 0.7% 오르는 데 그치면서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20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3일 통계청이 내놓은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80(2015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 -0.4%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뒤 10월 0.0%, 11월 0.2%, 12월 0.7% 등으로 1%를 밑돌다 올 들어 1월 1.5%로 올라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넘은 것은 2018년 12월(1.3%) 이후 13개월 만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상승 폭이 1월보다 0.4%포인트(P) 떨어지는 등 상승세가 탄력을 받지 못했다.

    앞선 달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0.6%에서 12월 0.2%로 상승 전환한 뒤 올 1월 0.6%로 상승 폭을 키웠지만, 지난달 0.0%로 둔화했다. 아직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이달 안에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 달에는 다시 1%를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0.3%)과 공업제품(2.2%), 전기·수도·가스(1.6%), 서비스(0.4%)가 모두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다만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작았다. 외식(0.7%) 물가가 2013년 1월(0.7%)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게 컸다.

    농·축·수산물은 배추(80.3%)와 무(58.6%), 풋고추(33.3%)의 상승 폭이 컸다. 고춧가루(-15.1%)와 사과(-11.0%)는 가격이 내렸다.

    공업제품은 석유류 상승이 눈에 띄었다. 휘발유(15.1%)와 경유(10.7%),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9.6%), 한방약(8.2%)이 상승을 견인했다. 유류세 한시인하 종료로 석유류 가격이 12.5% 급등했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지출목적별로 봐도 지난달 교통부문(6.2%)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설상가상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면서 자가용 이용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내놨던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일시 중지하고 자가용 이용을 권장했었다.

    공업제품 중 하락 폭은 남자학생복(-45.5%), 여자학생복(-42.4%), TV(-9.8%) 등의 순이었다.

    전기·수도·가스는 도시가스(3.6%), 지역난방비(3.3%) 등이 1.6% 상승했다.

  • ▲ 한산한 공항 식당가.ⓒ연합뉴스
    ▲ 한산한 공항 식당가.ⓒ연합뉴스

    서비스 부문은 공공서비스(-0.6%)와 집세(-0.1%)는 내리고 개인서비스(1.0%)는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택시료(8.1%)와 시내버스료(4.9%), 외래진료비(2.4%)가 오른 반면 고등학교납입금(-36.2%)과 휴대전화료(-2.2%)는 내렸다. 개인서비스는 휴양시설이용료(22.0%)와 보험서비스료(7.5%)가 올랐지만, 학교급식비(-57.9%)와 병원검사료(-14.2%), 해외단체여행비(-8.9%)가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해외단체여행이 줄어든 게 눈에 띈다. 이는 지출목적별로 봤을 때 오락·문화(-1.8%)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화훼 품목도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졸업식이 취소되면서 생화 가격이 11.8% 내렸다.

    마스크 가격은 급격히 오르다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에 온라인에서 800원대에 거래되다 4000원대까지 치솟은 뒤 지난달 29일 공적 물량 보급 이후 값이 내렸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0.6%, 12월 0.7%, 올 1월 0.9%로 상승 폭이 커지다 주춤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지난해보다 0.5% 올랐다. 역시 지난해 11월 0.5%, 12월 0.6%, 올 1월 0.8%로 상승 폭이 커지다 완화했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1.7% 상승했다. 식품(1.2%)과 식품 이외(2.0%) 모두 올랐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0.7% 상승했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8.0%)와 신선채소(9.9%)가 올랐지만, 신선과실(-12.1%)이 내렸다.

    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강원(1.5%), 광주·제주(1.3%), 대구·인천·충북·전북·전남·경북(1.2%) 등의 순이었다. 부산(0.6%)이 가장 적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