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안전기준 충족 역부족… ‘팔수록 손해’2013년 이후 또다시 생존위기… 정부 팔짱만규제 유예 등 미봉책 아닌 근원 대책 필요
  • ‘소상공인의 발’로 불리는 다마스와 라보가 또다시 단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현행 안전 및 환경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거의 없는 데다 연구개발(R&D)은 어려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다마스와 라보는 올 연말 생산을 마친다. 590만 명에 이르는 소상공인의 손과 발 역할을 해온 지 30여 년 만이다.

    국내 유일 경상용차인 두 차종은 옛 대우차 시절인 1991년 8월 처음 나왔다. 가격이 저렴하고 좁은 골목길을 다니기 쉽도록 크기도 작아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형 차로 많이 쓰였다. 뿐만 아니라 길거리 음식장사나 배달 등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한국GM은 “올해를 끝으로 단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임금 인상과 수익성 악화로 만들어내기에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규제 유예기간이 내년께 끝이 나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 요청과 정부의 규제 유예로 생산을 연장해온 만큼, 종료 시기와 예상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대우차 경남 창원공장을 이어받아 다마스, 라보를 생산하고 있다.

    다마스와 라보는 30여 년 동안 판매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3년에는 정부가 안전 및 환경 기준을 강화하면서 전격 생산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유통상인연합회 등 소상공인이 규제 유예를 요구하고 나섰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다시 시장에 나왔다.

    한국GM은 이듬해인 2014년 200억원을 투자해 경남 창원공장에 4400㎡ 규모의 전용시설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배기가스 자가 진단장치(OBD)나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 등을 두 차종에 추가했다.

    내년에는 안전 장치인 차체 자세제어장치(ESC)나 미끄럼방지 제동장치(ABS)를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팔면 팔수록 손해’인 구조가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안전 장치를 탑재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나서기가 비용상 어렵다”고 했다.

    다마스와 라보는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경차 스파크와 거의 같다. 반면 다마스와 라보의 판매 가격은 838만~1028만원(특장차 제외)에 불과하다. 스파크(977만~1448만원)와 비교해 최대 42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유예해주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빠진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기업에 생산을 강요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단종 이후 부랴부랴 규제를 바꾸기보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실질적 지원이 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마스와 라보는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내수 판매 대수는 7002대에 달한다. 2018년에는 7885대 팔렸다. 창원공장에서는 최대 생산 능력을 채우고 있다. 출고를 기다리는 소비자는 생산 대수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