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현장 사실상 멈춰시승 중단… 직원들 방역에 매달려문자 메시지와 비대면 판매로 전환
  • ▲ 한 수입차 브랜드 전시장 간판. ⓒ박상재 기자
    ▲ 한 수입차 브랜드 전시장 간판. ⓒ박상재 기자
    “하루에 다녀간 소비자가 1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10년 넘게 근무 했는데 이런 위기는 처음 겪습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딜러사 직원)

    국내 자동차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19(우한폐렴)이 생산과 수요를 모두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일선 영업현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새 차를 사려는 소비자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판매가 급감하면서 자칫 시장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 직접 둘러본 서울 주요 도심 국산차 판매대리점과 수입차 매장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 양천구와 서초구, 용산구 등에서 만난 판매점 직원은 코로나19 충격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경력의 한 딜러사 직원은 “평일 낮시간대에 구매 상담을 받는 부부와 여성이 사실 꽤 많은 편”이라며 “현재는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혹시나 코로나19에 감염되진 않을까 걱정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올 1분기(1~3월) 판매 실적 마감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면서 “인센티브(판매 장려금)를 다 포기하더라도 한 대라도 더 팔아야 한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직원은 1분기 실적 마감이 다가오는 만큼 이달은 구매 조건이 좋다고 귀띔했다. 준중형 세단 기준 차 값의 최대 8% 할인과 최고급 틴팅(선팅), 타던 차의 매입 대행 등 조건을 보여주기도 했다.
  • ▲ 한 수입차 매장에 붙은 안내문. ⓒ박상재 기자
    ▲ 한 수입차 매장에 붙은 안내문. ⓒ박상재 기자
    코로나19 확산은 영업현장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대부분 매장 안 곳곳에는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하루에 두 번씩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차량 및 기기에 알코올 소독을 하고 있다’는 등의 문구가 쓰인 안내문을 내걸었다.

    모든 직원이 출근해 가장 먼저 차와 매장 방역 작업을 하고, 마스크를 쓴 채 소비자를 맞이하고 있다. 손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었다.

    코로나19 공포로 인해 차를 파는 방식까지 완전히 바뀌었다. 그동안 대면상담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들어서는 문자 메시지와 우편물로 판촉 활동을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일부 수입차 딜러사는 회사 차원에서 시승행사를 당분간 중단했다. 코로나19 확산 통로가 되는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전화나 온라인 상담고객에게 추가 할인을 해주는 등 비대면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인 지프와 재규어랜드로버 등이 대표적이다.

    서초구 소재 한 국산차 판매점 직원은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나마 정부가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개소세)를 70% 인하하고 신차 출시가 많아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8만1722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동월(10만4307대)과 비교하면 21.7% 급감했다. 특히 2009년 1월(7만3537대) 이후 11년1개월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같은 기간 수입차는 5.3% 증가한 1만6725대가 팔렸다. 다만 전월(1만7640대)보다 5.2% 뒷걸음질쳐 코로나19 여파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