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주요기업 재택근무 연장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 조짐에 따라 대기업들도 재택근무 도입 및 연장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은 재택근무를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화두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험 기회로도 활용하는 모습이다.

다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업체 상당수는 전사 출근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보안과 장비 등의 문제로 연구개발(R&D) 직종 등은 재택근무가 제한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난달 말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한 대기업들은 사태 장기화에 따라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우선 주요 그룹 중 재택근무에 가장 적극적인 SK는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와 지주사인 ㈜SK가 재택근무 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늘렸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주요 계열사도 각급 학교의 개학 연기 기간에 맞춰 오는 22일까지 재택근무를 진행한다.

SK그룹은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 구축, 공유좌석제 등 '스마트 워크'를 이미 시행하고 있어 재택근무에도 업무상 혼선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급작스러운 시행에 따라 기존 시스템의 보완 필요성도 제기되면서 그간 보안 문제로 제한했던 카카오톡 PC버전 설치를 허용했다. 시스코의 화상회의 시스템인 '웹엑스' 활용 등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4일부터 재택근무에 동참했다. 한화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는 절반씩 출근하는 '2부제 재택근무'와 공동휴가 등을 도입했으며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두산과 효성, 코오롱 등도 순환제 또는 사무직 50% 수준의 자율적 재택근무 등의 기간을 오는 13일까지로 연기했다.

LS그룹은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 용산사옥을 이틀간 폐쇄하고 재택근무를 시행한 것을 계기로 스마트워크 투자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6일 임직원에게 보낸 격려 메시지에서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클라우드 업무 환경 등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리는 한편, 비용 절감과 불요불급한 투자 축소 등을 통해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업체 상당수는 전사 출근 체제가 유지 중이다. 보안과 장비 등의 문제로 연구개발 직종 등도 재택근무가 제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업무지속계획(BCP)을 수립했지만, 현재 사무직도 출근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차원의 재택근무에서 제외됐다. SK하이닉스는 임신부 특별휴가 기간을 이달 22일까지로 늘리고 가족돌봄휴가 사용일을 10일에서 30일로 확대했지만, 재택근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LG전자도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점검했지만,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업계 역시 제한적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는 자율 재택근무 체제를 1주일 더 운영하기로 했다. 팀 단위로 업무에 영향이 없는 선에서 결정하며 임신부와 기저질환이 있는 직원은 재택근무 권고 대상이다.

다만 현대차는 재택근무 연장의 전제 조건으로 '업무 품질을 확보하고, 적시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유지하며 신차개발 일정을 준수할 것' 등을 제시했다.

또 사내 장비와 시스템을 활용하는 필수 업무의 재택근무는 제한할 수 있도록 했으며, 보안관리 측면에서도 제한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사실상 재택근무가 제한되면서 노동조합과 사측 간 갈등도 불거졌다.

이 밖에도 한화 등 방산업체는 군사보안 차원에서 인터넷망과 분리된 전산망을 사용하는 만큼 재택근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