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 이어 인도, 브라질 현지 공장 멈춰팰리세이드 등 물량 쌓인 국내 공장 유일 희망부품업체들 아우성… 노조 협의-고용부 인가 속도전 필요
  •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경 ⓒ현대차 공식 홈페이지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경 ⓒ현대차 공식 홈페이지
    현대자동차의 해외 공장 운영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국내 공장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우한폐렴) 발(發) ‘셧다운’ 공포를 비켜 가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한시적으로 근무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문 대기가 몰린 팰리세이드 등의 생산량을 늘리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다만 노동조합(노조)과의 협의와 고용노동부(고용부) 인가 등 절차가 많아 속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노조에 최대 주 60시간 근무를 위한 실무협의를 제안했다. 시행 기간은 최대 3개월이다.

    노조는 이날 간담회를 열고 내부 의견수렴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현재 주 40시간 근무제도에 특근 8시간을 더해 48시간가량 일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생산 차질이 빚어져 주문 물량을 제때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란 진단이다.

    실제 인기를 끈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V80은 출고까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 걸리는 상황이다. 

    지난달엔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 수급 부족에 공장의 가동 중단과 재개가 반복, 대기 기간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 생산은 18만9235대로 지난해 동월보다 26.4% 감소했다.

    현대차는 이 기간 동안 조업일수가 10.6일 줄었고 약 8만대의 생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달 들어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미국과 유럽(체코), 인도, 브라질 등에 있는 공장까지 줄줄이 가동을 멈췄다. 사실상 국내와 중국을 제외한 모든 해외 공장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내 부품 업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차 협력 업체의 경우 공장 가동률이 60~7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 업체가 현대차의 근무시간 확대를 요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수요 폭증 시 주당 근로시간을 무제한으로 늘릴 필요까지 있다”며 “이런 행위가 불법이 되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노조와 협의를 끝내고 고용부에 특별연장근로를 신청 및 인가 받아야 한다. 현대차가 처한 대내외적 상황을 감안할 때 빠른 시일 내에 속도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일부 부품 업체는 지난달 기간 만료로 특별연장근로를 다시 신청해야 해 현대차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돌발상황 수습 등을 위해 신청한 특별연장근로는 최대 4주, 1년 내 90일 미만으로 제한돼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방역 등 선제적 대응에 국내 공장이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가능한 모든 협력을 총동원해 주문 대기를 없애고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