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구제역 파동 이후 9년 만에 최대폭 감소숙박·음식업, 예술·스포츠·여가… 항공 직격탄동행 순환변동치 0.7p 하락, 11년1개월래 최대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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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경기지표인 동행지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동반 상승세가 꺾였다.
31일 통계청이 내놓은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림어업을 제외한 전(全) 산업생산(계절조정) 지수는 107.0으로 전달보다 3.5%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광공업·서비스업·건설업 생산 증가에 힘입어 4.9%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전기·가스업에서 증가했으나 광업·제조업에서 줄어 3.8% 감소했다. 4개월 연속 이어지던 증가세가 멈췄다.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3.1%)와 통신·방송장비(29.4%)에서 늘었지만, 자동차(27.8%)와 전기장비(9.0%) 등에서 줄어 전월보다 4.1% 감소했다. 자동차 생산 급감은 자동차업계 파업이 있던 2006년 7월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산 와이어링하니스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게 컸다고 통계청이 설명했다.
제조업 출하는 앞선 달보다 수출(0.8%)은 다소 증가했지만, 내수(6.2%)가 크게 줄어 3.3%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범유행)을 선언하기 전이어서 그나마 서버용 D램 등 반도체(9.7%)와 통신·방송장비(40.9%)가 수출을 견인한 반면 국내에선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며 내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제조업 재고는 자동차(4.9%), 전기장비(4.7%) 등에서 감소했으나 1차금속(4.2%), 반도체(3.4%) 등에서 증가해 앞선 달보다 0.2%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앞선 달보다 0.1% 줄었다. 생산능력지수는 사업체가 정상적인 조업환경 아래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량을 뜻한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7%로, 1달 전보다 4.9%P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2.1%P 오르며 반등한 지 두 달 만에 가동률이 꺾였다.
서비스업 생산은 2000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금융·보험(2.1%), 수도·하수·폐기물처리(16.5)·부동산(4.8%)에서 증가했으나 숙박·음식업(18.1%), 예술·스포츠·여가(27.2%) 등에서 줄어 앞선 달보다 3.5%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여가는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수·창고업(9.1%)도 항공운송업(33.1%)이 셧다운 위기에 내몰리면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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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 등 준내구재 17.7%, 승용차 등 내구재 7.5%, 화장품 등 비내구재 0.6% 등 소매판매가 모두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의 외출을 꺼리고 외국인 쇼핑도 줄면서 면세점 판매 등 소비 전반에 악영향이 미쳤다는 분석이다. 소매판매액은 34조50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줄었다.
소매업태별로는 무점포소매(8.4%), 슈퍼마켓·잡화점(12.7%), 대형마트(5.1%), 편의점(3.9%)은 늘었고, 전문소매점(9.5%), 면세점(34.3%), 백화점(22.8%), 승용차·연료소매점(11.8%)은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15.4%), 컴퓨터사무용기계 등 기계류(0.1%) 투자 줄어 앞선 달보다 4.8% 감소했다.
건설업체의 실제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토목(1.3%)은 늘었으나 건축(5.2%) 공사 실적이 큰 폭으로 줄어 앞선 달보다 3.4%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는 도로·교량 등 토목(32.1%)에서 감소했으나 주택, 사무실·점포 등 건축(51.5%)에서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5% 증가했다.
경기지수는 2개월 연속 이어지던 상승세가 꺾였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8로 앞선 달보다 0.7포인트(P) 내렸다. 11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앞으로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앞선 달은 100.3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해 9월부터 5개월째 이어지던 상승세가 주춤했다.
문제는 앞으로 당분간 경기지표가 개선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3월 들어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세계 경제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고, 코로나19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말미암아 생산과 소비에 동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