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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으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지난달 학교납입금과 학생복, 화훼 등 관련 공공서비스와 제품의 물가가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는 품목별로 차이를 보였다. 외출·외식을 자제하면서 음식재료 소비가 늘어 가공식품과 축산물가격은 올랐다. 반면 외식·여행 등 서비스물가는 상승률이 다른 품목과 달리 0%대에 그쳤다. 소비양상이 바뀌면서 품목마다 가격 등락이 엇갈린 것이다.
다만 3월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소비자물가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충격파는 2월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4(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물가가 크게 출렁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석 달 연속 1%대 상승을 보였다. 지난해 물가가 낮았던 기저 효과도 한몫했다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 -0.4%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뒤 10월 0.0%, 11월 0.2%, 12월 0.7% 등으로 1%를 밑돌다 올해 1월 1.5%로 올라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넘은 것은 2018년 12월(1.3%) 이후 13개월 만이다.
상승 폭은 둔화했다. 올 들어 0.8%포인트(P) 올랐다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월 0.4%P, 지난달 0.1%P 떨어졌다. 앞선 달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0.6%에서 12월 0.2%로 상승 전환한 뒤 올 1월 0.6%로 상승 폭을 키웠지만, 2월 0.0%로 둔화했고 지난달 -0.2%로 돌아섰다. 넉 달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3.2%)과 공업제품(1.3%), 전기·수도·가스(1.6%), 서비스(0.5%)가 모두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배추(96.9%)와 양파(70.6%), 돼지고기(9.9%) 등의 상승 폭이 컸다. 마늘(-22.7%), 고춧가루(-13.6%), 사과(-8.5%)는 가격이 내렸다.
공업제품은 석유류 상승이 눈에 띄었다. 휘발유(8.8%)와 경유(3.0%),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9.8%), 한방약(7.3%)이 상승을 견인했다. 유류세 한시인하 종료로 석유류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다만 국제 유가 하락이 반영되면서 상승 폭은 둔화했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지출목적별로 봐도 지난달 교통부문(2.7%)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물가상승 기여도는 식료품·비주류음료(36%)에 이어 두 번째(29%)로 비중이 컸다.
공업제품 중 하락 폭은 남자학생복(-36.3%), 여자학생복(-32.4), TV(-10.2%)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계속 늦어진 탓이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이하로 승용차 가격도 하락했다. 소형과 대형은 각각 2.3%, 1.1% 내렸다.
전기·수도·가스는 도시가스(3.6%), 지역난방비(3.3%), 상수도료(0.3%)가 올라 1.6% 상승했다.
서비스 부문은 상승률이 0.5%에 그쳤다.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았던 지난 2월(0.4%)과 비슷했다. 공공서비스(-0.6%)와 집세(-0.1%)는 내리고 개인서비스(1.1%)는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택시료(6.4%)와 시내버스료(4.9%), 외래진료비(2.4%)가 오른 반면 고등학교납입금(-34.5%)과 휴대전화료(-1.9%)는 내렸다. 유례없이 개학이 늦어지면서 공공서비스 물가하락을 이끌었다.
개인서비스는 휴양시설이용료(22.0%)와 보험서비스료(7.5%)가 올랐지만, 학교급식비(-35.8%)와 승용차임차료(-16.0%), 해외단체여행비(-6.6%), 생선회(외식)(-1.6%)가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단체여행이 줄어든 게 눈에 띈다. 지출목적별로 봐도 오락·문화(-1.3%)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외출·외식을 꺼리면서 생선회(외식) 물가도 떨어졌다. 수협중앙회는 지난달 26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 드라이브 스루(차량탑승 구매) 부스를 마련하고 모둠회를 최대 30% 싸게 파는 등 소비 촉진에 나선 상태다. -
마스크(KF94 기준) 가격은 공적 물량이 풀린 이후 상승세가 꺾인 모습이다. 통계청 일일 조사 결과 약국·마트 등 오프라인 가격은 1800원쯤으로 공적 마스크 가격(1500원)보다 300원 비쌌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상승했다. 앞선 달과 비교하면 지난해 11월(-0.3%) 이후 넉 달 만에 하락(-0.1%)으로 돌아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지난해보다 0.4% 올랐다. 지난해 11월 0.5%, 12월 0.6%, 올 1월 0.8%로 상승 폭이 커지다 2월(0.5%) 이후 둔화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2월(0.1%) 이후 20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1.8% 상승했다. 식품(2.4%)과 식품 이외(1.4%) 모두 올랐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3.8% 상승했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8.4%)와 신선채소(16.6%)는 올랐고, 신선과실(-10.0%)은 내렸다.
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강원(1.3%), 충남·충북(1.2%), 서울·대구·인천·광주·경기·전남·전북(1.1%) 등의 순이었다. 부산(0.5%)이 가장 적게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