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100만원 지급기준 건보료 24만2715원 ↓고액자산가 구별 한계… "추가검토로 지급제외"전국민지원 취지 무색, 70% 더하기로 논란 좌초
  • ▲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주민이 텅텅빈 매장을 쇼핑하고 있다.ⓒ정상윤 사진기자
    ▲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주민이 텅텅빈 매장을 쇼핑하고 있다.ⓒ정상윤 사진기자
    정부가 가구당 100만원씩 지급키로 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기준을 3월 건강보험 납부액(건보료)으로 정했다.

    4인가구 기준 건보료 본인 부담액이 24만2715원 이하인 세대에만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다만 기준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고액자산가는 추후 논의를 통해 지급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정부가 정한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건보료 24만2715원은 소득 하위 70% 선을 토대로 책정됐다. 직장인의 경우 23만7652원이며, 지역가입자는 25만4909원이다.

    정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긴급 재난지원금 범정부 TF' 논의결과를 발표했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 대한 다층적이고 시급한 지원이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목적임을 고려했다"며 "신속한 지원과 대상자 생활수준의 합리적 반영이라는 기본 원칙하에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대상 선정기준·지급단위의 원칙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선정기준선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가구, 직장·지역가입자가 모두 있는 가구를 구분한다.

    가구단위 기준은 3월29일 기준 주민등록표상 가구원으로 적용키로 했다. 실제 가족이 아니더라도 주민등록에 세대로 등재된 사람은 동일 가구로 본다는 얘기다.

    또 건강보험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배우자와 자녀는 주소지를 달리하더라도 동일가구로 간주한다.

    윤 차관은 특히 "소득하위 70%에 해당되더라도 고액자산가는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 선정에서 적용 제외할 것"이라며 "적용 제외 기준 등은 관련 공적자료 등의 추가 검토를 통해 추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급격히 소득이 줄어들었으나, 건강보험료에 반영이 되지 않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가구 등에 대해 지자체가 최종 판단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주민이 텅텅빈 매장을 쇼핑하고 있다.ⓒ정상윤 사진기자
    돌고돌아 건보료, 국민 갈등만 부추겨

    정부가 이날 발표한 기준은 결국 건보료였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발표한 뒤 1주일 동안 마련한 게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소득 하위 70%를 구별해내는데 건보료가 가장 적합하다는 얘기는 월요일 발표때부터 나왔던 얘기다.

    하지만 직장인의 경우 근로소득만 따지기 때문에 재산을 반영하지 않는데다,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2018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피해와 무관한 혜택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1주일간 결론도 없이 머리만 굴리는 동안 국민들의 갈등은 깊어져만 갔다.

    각종 커뮤니티와 포털 뉴스 댓글에는 '세금 내는 사람 따로, 복지 받는 사람 따로'라는 지적과 '재산소득 다 숨기고 고가 아파트에서 외제차 타고 다니는 사람은 받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소득기준을 초과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왜 열심히 일하는 서민들만 괴롭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2030 1인 가구는 "젊은 세대가 봉이냐, 이러니 혼인·출산율이 바닥을 면치 못한다"는 자조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윤 차관은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는 대로 빠른 시간내 긴급재난지원금이 국민들께 지급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사전 사업계획 조율 등 제반 사항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 홍남기 경제부총리ⓒ뉴데일리
    ▲ 홍남기 경제부총리ⓒ뉴데일리
    30% 빼면 될 일을 70% 더하느라 논란 자초

    스티븐 므느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코로나19 경제대책으로 성인 1인당 1000달러씩 지급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3주 내로 성인에게 1000달러, 아동에게 500달러를 지급하겠다.", "하지만 우리는 백만장자들에게는 수표를 보낼 필요가 없다."

    지난달 20일 코로나 현금지급안을 발표한 미국은 2주가 지난 지난 2일 "재난지원금을 1인당 1200달러로 늘리고 연소득 9만9000달러 이상은 받을 수 없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같은 재난지원금을 주더라도 한국 정부의 방식은 미국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당청이 밀어붙인 국민 70%에게 지급한다는 명제에 발이 묶여 상위 30%를 제외시키면 될 일을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도 그 중에서도 어려운 사람을 골라내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전국 2050만 세대 중 상위 30% 600만 가구를 골라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소득상위 20% 5분위 가구 400만호와 고가주택 소유세대 200만호를 추가 제외시키는 작업은 보름이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부의 비효율적 행정은 당초 소득하위 50% 기준을 70%로 억지로 늘린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입김 탓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발표 당시 '지급 기준이 모호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에 "국민 70%에 지급되는 것 자체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혼선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