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진 속 '인수-분할' 여파… 재무건전성 하락전방산업 위축 따른 업황 침체… 수익률 회복 안갯속
  • ▲ 서울 서초구 소재 KCC본사. ⓒKCC
    ▲ 서울 서초구 소재 KCC본사. ⓒKCC

    지난해 KCC의 재무안정성이 크게 저하됐다. 실리콘업계 시장점유율 세계 3위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 인수와 그룹의 인적분할 이슈로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최근 3년간 악화된 영업실적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실적 전망이 불투명할뿐더러 모멘티브 인수 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야심차게 나선 실리콘시장 진출이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불편한 전망이 벌써 파다하다.

    7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안정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유동비율이 2018년 186%에서 지난해 70.6%로 급감(-115%p)했다. 직전 3년(2016~2018년) 평균 1조9010억원이었던 유동부채가 지난해 2조9167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까닭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2015년부터 3년간 연 평균 6.64%가량 안정적으로 늘어나던 유동자산 규모도 지난해 들어 전년대비 22.1% 감소한 2조595억원에 그쳤다. 실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2143억원으로, 전년대비 36.4% 감소하면서 2016년부터 이어진 감소세가 지속됐다.

    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역시 차입금 6243억원을 비롯한 부채가 1조7049억원(52.8%) 급증하면서 악화됐다. 부채비율은 56.1%에서 110%로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차입금의존도는 20.9%에서 26.6%로 늘어났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자본금이 3346억원에 불과했던 2000년 146% 이후 처음이다. 차입금(2조1989억원)의 경우 2017년부터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단기차입금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54.1%)면서 앞선 유동비율 저하와 함께 안정성이 한층 더 악화됐다.

    지난해 모멘티브 인수와 인적분할 이슈로 재무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KCC는 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모멘티브를 인수했고,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했다. 이에 따른 재무 부담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4월 원익큐엔씨,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 'MOM 홀딩 컴퍼니'를 구성해 총 30억달러에 모멘티브를 사들였다. 인수 당시 국내에서 진행된 해외기업 인수 사례 가운데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KCC는 전체를 인수하려다 재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인수금액의 45%를 부담했다. 나머지는 재무적투자자(FI) SJL파트너스 등이 분담했다. KCC가 직접 출자한 규모는 6358억원이며 인수금융 2조원가량도 외부에서 조달했다.

  • ▲ 기업분할 전후 KCC그룹 지배구조. ⓒ유안타증권
    ▲ 기업분할 전후 KCC그룹 지배구조. ⓒ유안타증권

    이와 함께 유리, 홈씨씨인테리어, 상재 사업 부문을 신설법인 KCC글라스로 넘기는 회사 분할을 결정했다. KCC에는 유리 부문을 제외한 건자재와 도료·실리콘 등 주요 사업이 남겨졌다. 실적 볼륨이 큰 주축 사업은 KCC에 남았지만, KCC글라스 쪽으로 넘어간 부분은 수익성과 미래성장 여력 모두 우월한 '알짜'라는 평이다.

    부채 분할에서는 존속법인(KCC)과 신설법인(KCC글라스) 간 부담 차이가 극명했다. KCC와 KCC글라스는 각각 2조9900억원, 1500억원의 부채를 분담하기로 했다. 사실상 신설법인으로 이관되는 부채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분할기일은 올해 1월1일이었다.

    이에 따른 재무 부담으로 꾸준히 제기돼 온 신용등급 강등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모멘티브 당시 한국신용평가를 필두로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는 KCC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인수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와 모멘티브의 실적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했다.

    한기평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면서 재무 부담 개선은 제한적"이라며 "올해 모멘티브의 연결 대상 편입으로 모멘티브 인수 과정에서 조달한 인수금융 2조원이 차입금에 가산되면서 재무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최근 침체된 업황이 더해지면서 강등이 본격화됐다.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KCC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이미 지난해 11월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으로 낮춘 바 있다.

    S&P는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최근 모멘티브를 인수한 KCC의 올해 영업실적이 기존 신용등급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본업' 역시 2016년부터 저조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재무 개선 속도를 늦춘 것으로 판단된다. 매출,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2016년 이후 지속 감소했으며 특히 순이익은 5년 동안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22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록한 매출액 2조7195억원(KCC글라스 사업 부문 분할 이후)은 2005년 2조7079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영업이익(1332억원)과 영업이익률(4.89%)은 2011년(1227억원, 3.64%) 이후 최저치다.

    특히 순이익(-2218억원)의 경우 2018년도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최초 사업보고서가 공시된 1998년 결산 이후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231억원)한데 이어 10배 가까이 손실 폭이 확대됐다.

    영업현금창출력 저하로 자본총계 역시 감소세를 3년간 이어왔으며 이로 인해 전반적인 재무구조가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늘어난 부채에 따라 이자비용 역시 증가한 가운데 이 같은 영업성적 저하로 이자보상배율 역시 저하됐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2.15로, 2014년 9.79 이후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했다.

  • ▲ 충남 서산시 소재 KCC 대죽2공장. ⓒKCC
    ▲ 충남 서산시 소재 KCC 대죽2공장. ⓒKCC

    영업성적 부진은 건자재와 도료의 업황 악화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나이스신평에 따르면 건자재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전방산업인 건설경기의 저하에 따라 전년대비 수익창출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 석고보드 및 바닥재 등의 판매단가가 대부분 하락한 반면, 원자재(소다회) 가격이 상승해 결과적으로 영업수익성도 큰 폭으로 저하된 것으로 판단된다.

    도료 부문은 국내외 모두 영업수익성이 저하됐으며 특히 해외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및 미중 무역 분쟁 심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매출 규모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고정비 부담 능력 저하 및 수익 규모 회복을 위한 추가 비용 소요 등으로 해외도료 부문에서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순손실의 경우 KCC글라스가 영위하게 된 사업 부문의 실적을 중단사업손익으로 반영된 데다 지분법평가손실, 파생상품평가손실 등 일회성이벤트가 더해지면서 크게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업황 부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넓게 분산돼 있으나, 핵심사업의 전방산업이 모두 침체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자재업계에서 1분기는 대개 이사철을 맞이해 인테리어 수요도 높고, 아파트 등 건물 보수에 따른 성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 몇 년간 이어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건설사들의 분양일정 등이 연기돼 건자재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도료 역시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이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만큼 지난해 무역 분쟁에 이어 올해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인적분할에 따른 사업 포트폴리오 축소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약 15~20%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게다가 모멘티브의 실적마저 신통치 않다. 지난해부터 영업환경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력인 실리콘 제품은 중간재로서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판로 확보에 애를 먹었다.

    모멘티브와 함께 세계 3대 실리콘 업체인 미국 다우(SOW), 독일 바커(WACKER) 등 글로벌 기업들도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KCC의 국내 실리콘 생산은 2017년 6만2913t, 2018년 6만2148t에서 지난해 5만7403t으로 줄었다.

    당분간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미에 공장이 대부분 몰려 있어 수요가 있더라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모멘티브는 생산물량을 줄여 수요 감소에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면 이익 창출도 요원하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멘티브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 독일에서 발생하는 등 전반적으로 선진국 비중이 높은 편이며 전방산업 의존도도 자동차와 산업재의 비중이 높다"면서 "이는 현재 전 세계 경제충격 여파를 만들어내고 있는 코로나19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당분간 모멘티브 편입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