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개 양상 따라 경제성장률 좌우"비은행 대출, 국고채 매입 등 추가 방안 골몰"정책여력 아직 있어…실효하한 수준 가변적"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만큼 우리 경제도 올해 1%대 성장이 쉽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코로나19로 세계가 내수부진에 직면해 있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기 부진이 일정 국가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나라가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충격 강도가 훨씬 크다"며 "우리 경제도 현재의 어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GDP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기 흐름은 코로나19 진전에 달려있다"며 "2분기 진정되고 하반기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되는 전제를 기본 시나리오로 전망하면 국내 경제는 플러스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현재보다 악화할 경우 성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사실상 1%대 성장은 쉽지 않다"며 "코로나 전개양상에 따라 성장률 전망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지원책에 대해서는 비은행 특별대출뿐만 아니라 국고채 매입,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매입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정부와 한은이 증권사에 대해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방안을 실무자 선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 협의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비은행 대출은 금융시장 상황 악화를 대비한 안전장치로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한은법 80조를 통한 특정 기업에 대한 여신은 중앙은행의 통상적인 기능을 넘어선 조치로 정부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고채를 매입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회사채 직접매입은 법적으로 제약이 있다"며 "국고채의 경우 수급 안정을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적극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정부와 한은은 국고채 매입 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CP나 회사채 등을 직접매입하는 방안에 대한 긍정적인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정부의 보증 하에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방안"이라며 "연준처럼 정부의 신용보강을 통해 시장 안정에 대처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향후 전개와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화에 따라 국내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남아있어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이 결정에는 신인석,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재정정책과 금융정책,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보면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통화정책 여력에 대해서는 지난달 임시 금통위에서 0.5%포인트 큰 폭으로 낮춰 줄어든 게 사실이나 금리로 대응할 여력은 아직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상 정책여력 유무에 대해 시장이 인식하는 건 실질적으로 정책금리를 낮출 수 있는 실효하한 개념을 떠올린다"며 "실효하한은 어느 수준에 고정된 게 아닌 가변적이라 선진국 금리가 인하되면 같이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