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현금지원, 소요재원比 소비진작 효과 저조미국·일본·대만 실제 경기부양 효과 20% 안팎 그쳐예산처 "형평성·행정비용 등 선별지원 단점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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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주부 최미영(36, 가명)씨는 13일 공돈 140만원이 생겼다. 5세, 3세 두 자녀를 키우는 최씨는 정부에서 주는 아이돌봄쿠폰 80만원(4개월치)과 경기도와 성남시에서 각각 10만원씩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60만원(3인)을 받았다.카드를 들고 장을 보러 나선 최 씨는 아파트단지앞 마트에서 식료품 5만원어치를 구매한뒤 사용기간이 3개월로 짧은 재난기본소득 카드를 냈지만 결제가 되지 않았다. 당황한 최씨는 다시 돌봄쿠폰 카드를 제출했고 다행히 결제가 완료됐다. 최씨가 찾은 마트가 재난기본소득 사용이 제한되는 연매출 10억원 이상 가게였기 때문이다.최씨는 "돌봄쿠폰은 백화점·대형마트를 제외한 웬만한 곳에서 다 쓸 수 있는데 재난기본소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돌봄쿠폰 카드는 사용기한이 긴 반면 경기도에서 받은 카드는 그렇지 않아 재난기본소득은 앞으로 생활비로 충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쏟아지는 정부지원금, 100만원 풀면 20~30만원 쓴다정부와 지자체가 앞다퉈 내놓는 재난지원금이 쏟아지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가구당 100만원(4인가구 기준)과 지자체별로 선별·보편 지급하는 지원금만 10조원이 훌쩍 넘는다.정부는 시중에 풀리는 이 자금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할 소비진작으로 이어지길 기대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최씨 말처럼 사용처가 넓지 않고 지원금액도 중산층 이상 가구 입장에선 그리 크지 않아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최씨는 "경기도에서 받은 6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쓸수 있을만큼 충분하지도 않다"며 "이 돈을 쓰겠다고 전통시장을 찾는건 오히려 부담될거 같아 동네 정육점이나 분식집에서 간간이 사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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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사례 분석' 보고서에서 분석한 앞선 글로벌 경제위기에 현금지원 정책을 펼친 미국·일본·대만의 사례를 살펴보면 경기부양 효과는 투자한 재원에 비해 저조했다.2001년과 2008년 두차례 현금리베이트 정책을 내놓은 미국의 경우 저소득층에게는 경기부양 효과가 컸던 반면 고소득자에게 지급된 재정지원은 효과가 미미했다.미국은 2001년 감세정책의 일환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300달러씩 지급했다. 또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1인당 600달러씩 계좌송금이나 수표로 발송했다.클라우디아 삼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는 "지원금 지급결과 소비를 증가시킨 경우는 총 응답자의 20%에 불과했다"며 "28%는 저축했고 52%는 대출상환에 썼다"고 분석했다.그는 "고령층의 소비를 증가시킨 경우는 26%로 청년층의 11%에 비해 높은 소비성향을 시현했다"고 설명했다.데이비드 존슨 콜롬비아대 교수는 "지원금 지급후 3개월간 식품 11%, 비내구재 37%의 소비증가가 있었지만 단기적 효과에 그쳤다"고 분석했다.존슨 교수 역시 "연소득 3만4300달러 미만 집단의 소비성향(비내구재 기준)은 0.624로 높았지만 6만9000달러이상 집단은 0.255로 낮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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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다자녀가구 소비진작 효과 커…선별지급 단점 보완해야2009년 전국민 1만2000엔에서 2만엔씩 지급한 일본은 총 1348억엔을 쏟아부었지만 총무성 데이터분석 결과 소요재원의 25%만이 소비증가 효과로 나타났다.하지만 유자녀의 경우 40%, 고령세대는 37%로 평균보다 높은 증가효과가 시현됐다. 특히 2명이상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의 경우 70%까지 소비증가로 이어졌다.같은 시기 국민 1인당 약 16만원 가량을 지급한 대만도 25억7000억달러를 퍼부었지만 한계소비성향은 0.164로 저조했다.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재난지원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보편지급과 선별지급의 경제효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향후 정책수립에 활용해야 한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일본의 경우 2009년 현금지급 정책 시행이후 2010년과 2012년 두차례에 걸쳐 경제효과 분석을 실시해 이번 코로나19 사태 지원금 설계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또한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효과가 미미한 보편지급의 단점과 형평성 논란, 과도한 행정비용 문제가 지적되는 선별지급의 단점을 보완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예산정책처는 조언했다.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코로나19 진행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피해 관련성, 형평성, 국가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 국민 위주의 선별적 지원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