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무인' 넷플릭스… 글로벌CP '패싱'에 방통위 위상 흔들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 ISP(통신사업자)와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 간 '망 이용료' 갈등 재정에 대한 최종 입장을 이르면 금주 중 내놓을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소송으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재정 절차를 중지하는 방향에 가닥이 잡히지만, 방통위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관련 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업계에선 방통위의 입장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방송통신 규제기관으로서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2일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13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후, 방통위는 넷플릭스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소송 내용을 전달받아 검토 중인 상태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넷플릭스의 소송취지와 방통위의 재정취지가 같은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소송취지가 다를 경우 방통위가 재정할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하는 만큼 면밀히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는 네트워크 트래픽(망 이용량)과 관련해 SK브로드밴드에 망 운용 및 증설, 이용 등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망 이용료 갈등과 관련해 재정을 진행 중이던 방통위도 넷플릭스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관련 절차를 중단하게 된 상황이다.

통상 전기통신사업법상 재정 절차 진행 중 당사자 간 소송이 제기되면 재정 절차는 중지되지만, 방통위는 향후 국내 ISP와 글로벌 CP 간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사례인 만큼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라는 입장이다.

방통위 측은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문제는 다각적으로 살펴야 하는 만큼 지난해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이번 재정 절차는 이 가이드라인을 실제로 해석하고 풀이하는 것을 보여주는 첫번째 사례였다"며 "방통위 차원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무산될 위기에처해 아쉽지만 그간 재정안 마련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소송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방통위는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에 재정 절차와 관련한 입장을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방통위의 재정 절차가 '올스톱' 위기에 몰리면서 국내 ISP와 CP를 중심으로 방송통신 규제기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 글로벌 CP인 페이스북 역시 방통위가 이용자 접속 경로 변경에 따른 통신 품질 저하를 이유로 2018년 약 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곧바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년 넘은 법정 공방 끝에 1심 법원은 지난해 8월 페이스북의 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의 재정 절차 중지를 의식한 듯한 넷플릭스의 소송도 분개할 일이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할 방안이 없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번 사태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난 만큼 해당 가이드라인 및 관련 법률 개정에 대해 시급히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