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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가 결국 배드뱅크 설립으로 가닥을 모으는 듯 했지만 판매사들의 의견이 엇갈려 지연될 전망이다.
판매사들의 주도적 사태 해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했던 증권·은행 19곳 가운데 일부는 배드뱅크 참여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금융감독원에 보냈다.
배드뱅크 참여 여부를 결정해 금감원에 의견서를 제출키로 한 시점이 22일이었지만 일부가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배드뱅크란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라임펀드의 환매가 중단됐지만 여전히 자금이 새고 있는 정황 등이 포착되자 판매사들이 라임운용의 상환에 기대하기 보다 운용사를 설립해 라임운용의 펀드를 이관시키고 '라임 펀드 이관을 위한 신설 협의체'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관건은 판매사별 출자규모다.
19개 판매사 가운데 판매규모가 높았던 곳들이 보다 많은 출자를 부담할 것으로 보이지만 판매사 간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출자금액을 나누기 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미 일부 펀드 판매사들이 난색을 보여 당초 예상보다 일정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 취재에는 공감하지만 출자금이 관건인 만큼 모든 판매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출자규모와 배분안이 단시간에 도출되기는 어렵다"며 "판매사별로 수익률과 손실률이 다르고, 이미 일부 증권사들은 라임펀드 고객에 자발적 보상을 결정한 만큼 대응 과정과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회수와 청산 사이에서 이견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드뱅크 설립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라임운용은 청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지만 회수율을 극대화 할 것인지 청산을 빠르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판매사들이 펀드 회수율을 높이는 것보다 신속한 청산 작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지만 라임운용이 청산되고 배드뱅크가 회수에 나설 경우 회수율은 그만큼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금융당국 역시 빠른 환매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만 역시 판매사들의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배드뱅크가 자산 회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수개월에 걸쳐 실사를 진행하며 회수 가능성에 대해 평가를 내린 상황에서 회수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펀드 자금의 추가적인 불법 유출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지난 1월 환매가 중단된 플루토 FI D-1호의 자금 195억원이 라임의 '돈줄'로 지목된 김봉현 회장의 실소유주 회사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CB)에 투자되는 등 시기적으로 늦은 상황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