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소비자 보호를 핵심 과제로 내세운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 발령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잇따라 겪으며 사전 대처에 거센 비판을 받았던 만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ETN·ETF 등 개인의 직접투자에 대해서는 적극 경고하는 모습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재차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10일 사상 처음으로 최고 수준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음에도 유가 반등에 베팅하는 자금이 끊이지 않자 또 한 번 경고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테마주 이상 급등락과 같이 금융소비자들이 겪는 보편적인 이슈에 한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해왔다.
반면 최근 WTI 원유 선물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유가 반등에 베팅하는 자금이 폭발적으로 몰리고, 피해 사례까지 발생하자 '주의-경고-위험' 세 단계 중 '위험' 등급 경보를 2주 간격으로 발령했다.
그동안 지수나 테마에 대한 급등락에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사례는 많았지만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금감원이 최근 원유 선물 ETN이나 연계 ETF을 직접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선제적 예방 기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금감원은 지난해 발생한 DLF 관련 대규모 피해에 이어 라임운용 환매중단 사태에 따른 금융소비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확정되기 이전까지도 소비자보호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국감시즌에서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융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발령하는 소비자경보가 1년 넘게 방치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최운열 의원은 "소비자경보가 2018년 8월 이후 특별한 사유 없이 중단됐다"며 "DLF 판매가 급증할 때 고위험 투자상품이 원금 전액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알렸더라면 사태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같은 지적에 금감원은 올해 1월 소비자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잇따른 사고가 터지면서 소비자 보호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 데 따른 조치였다.
이후 금감원은 국감 지적과 조직개편을 거친 이후 보험상품가입, 카드대납사기, 보이스피싱, 지속적으로 소비자경보를 발령해왔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9일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관련 소비자 경보'에 이어 23일에는 'WTI원유 선물 연계 ETN, ETF 관련 소비자 경보'를 추가로 발령했다.
두건 모두 '위험'등급으로, 지난 2012년 6월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후 약 8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등급 경보를 잇따라 발령한 것이다.
실제 WTI원유 선물 연계 ETN, ETF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국제 원유 급락세를 지켜본 투자자들은 유가는 결국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WTI원유 선물 연계상품(ETN·ETF)의 가격은 급락하고 반대로 괴리율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금감원은 "원유 가격 하락 지속 시 ETN과 ETF의 내재가치가 급락하게 되며 시장가치가 내재가치에 수렴할 경우 큰 투자 손실이 우려된다"며 "내재가치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향후 원유 가격이 상승해도 상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업계는 그동안 소비자 피해에 뒤늦은 대처로 비판 받았던 금감원이 적극적인 소비자경보 발령을 통해 경각심을 갖도록 하고 금융권에 개선점을 찾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