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업황에 '승자의 저주' 우려아시아나 1분기 3000억대 영업손실… 이스타 개점휴업각각 3조3000억과 1700억 정부지원 불구 딜 종료 머뭇추가 지원 기대하지만 항공업 회복에만 3년 이상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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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항공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서 진행 중이던 항공업계 M&A 두 건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기업결합 심사 등 선행조건 불충족을 이유로 딜이 지연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악화된 경영환경 탓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딜을 포기한다면 정부의 눈 밖에 날 수 있다는 부담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시장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리고, 그 과정에서 정부 지원도 더 끌어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이 각각 진행 중이던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가 잇따라 연기되면서 딜 클로징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건 모두 딜이 무산되기 보다는 지연 끝에 결국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점이 3분기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본격화된 1분기를 지나 2분기에 바닥을 찍은 뒤에서나 확신이 설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영업 손실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1분기 영업손실이 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역시 휴업 영향으로 막대한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제주항공도 1분기에 6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전망되고 있어 말 그대로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피해가 2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따라서 HDC와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인수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업황 회복과 경영 정상화까지 얼마나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될지 가늠이 안되는 것이다. 자칫 인수자들까지도 유동성 위기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는 것이다.

    결국 양사 모두 예정됐던 인수 절차를 미루고 있다.

    HDC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변경했다. 당초 주식 취득 예정일은 지난달 30일이었지만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무기한 연기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는 미국 등 6개국에서 진행됐으며, 러시아 승인만 남아 있는 상태다.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의 지분 취득 예정일을 지난달 29일에서 선행 조건이 충족될 것으로 판단될 때 상호 합의하기로 했다고 변경했다.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납입일도 6월 30일로 연기했다. 태국과 베트남에 신청한 기업결합 심사 승인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35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그렇다고 HDC와 제주항공이 이제와서 인수를 포기하는 것 역시 부담이다. 그렇게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공중 분해되거나 산은 등 정부가 떠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항공업 구조조정을 정부가 직접 해야 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고용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결국 정부 눈 밖에 나는 것으로 향후 경영활동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HDC와 제주항공이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업황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즉, 3분기 이후에나 딜 클로징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마음이 급한 것은 정부이다. 산은과 수은을 앞세워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연명할 수 있게 만들어야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필요한 지원금도 더 늘어나게 돼 가급적 HDC와 제주항공을 잘 구슬려서 조기에 딜이 마무리 되도록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항공업 위기 지원과 고용 유지를 위해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제주항공에도 이스타항공 인수금융으로 17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조6000억원을 지원 받았다. 현재로써는 이 정도 지원으로 위기를 넘길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