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의료취약지 시범사업 등 큰 틀에서 변화 없을 듯21대 국회서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통과 없으면 ‘무용지물’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형태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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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화두는 원격의료 도입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역사회를 두려움으로 물들이자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전화상담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신종 감염병 창궐이라는 재난이 발생하면서 수십 년째 논의만 지속되던 원격의료 개념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 정부가 ‘한국형 뉴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원격의료 도입이 현실화되는 듯 보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제도화가 아닌 시범사업 확대로 윤곽을 잡았다. 아직 갈 길이 먼 모양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을 열고 “(한국판 뉴딜 정책이) 원격의료 제도화를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차관은 “원격 진료·처방 등 전문적 의료행위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접근해야 할 사항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적정 수가 개발, 환자 보호 방안, 상급병원 쏠림 해소 등 보완 장치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윤태호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역시 이날 브리핑을 통해 “감염병의 시기에서 비대면과 관련된 부분이 유용한 측면이 있다. 원격의료에 대한 제도화까지 이야기가 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검토하는 것은 원격의료 도입이 아닌 기존의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을 확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존 시범사업은 의료 취약지, 만성질환자, 거동 불편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 모니터링과 상담 중심이 된다. 여기에 코로나 계기로 2월 24일부터 전화상담과 처방이 한시 조치로 추가됐다. 

    결국 이러한 틀을 유지한 채 원격 모니터링·상담 등 시범사업 대상을 확대하고, 한시 조치의 인프라를 보강하는 내용에 국한된다. 한국판 뉴딜이 언급됐지만 사실상 국민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조치다.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18대~20대 국회를 거쳐 3차례나 입법발의됐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법 개정안이 제출될 것으로 보이지만 장담은 어렵다. 

    ◆ 원격의료, 시대의 흐름을 피할 수 있을까 

    정부는 “의료계, 학계가 우려하는 원격의료 도입은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지난 7일 대한병원협회가 진행한 ‘포스트코로나 KHC 온라인 컨퍼런스’에서는 원격의료 관련 논의가 있었는데, 여러 전문가들은 텔레메디신(원격의료)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당시 강대희 서울대 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 위원장은 “원격의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제한적 의료자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격의료 시행과 관련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군호 연세대의대 융복합의료기술센터 소장은 “우리나라는 강력한 배송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역 약국과 병원 등이 온라인으로 융합하는 창의적인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플레이어들이 본인 영역만 지키려고 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원격의료 도입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형태로 양보가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원격의료는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전 세계 어느 곳에나 크고 작은 규제가 있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크게 일어나려는 이유는 장점의 크기가 단점을 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대면 의료에서 비대면 의료로 흐름이 전화되고 있다. 라이브 비디오 컨퍼런싱,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헬스 등이 대표적이다.

    정 교수는 “원격의료가 적용되면 의료기관은 환자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많이 볼 수 있다. 만약 수가 체계 내에서 비슷한 결과를 갖고 병·의원 경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정책연구소장은 “단순히 원격의료를 시도한다고 해서 효율적 진료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전화진료 및 화상진료를 실시해도 예약 경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진료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