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생존자 승무원 2명, 목포서 이대서울·서울아산 전원 치료유가족 대상 심리적 응급처지 시급 재난상황서 불안, 취약한 지역의료 극복방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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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해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하는 가운데 의료취약지의 한계가 드러났다. 대학병원이 한 곳도 없는 전남 서남권의 응급, 재난 대응 체계는 타 지역 대비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지난 29일 오전 9시 3분경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주변의 시설물인 외벽에 충돌하면서 반파됐고 불길에 휩싸였다.승객 175명과 객실승무원 4명 및 조종사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175명은 한국인이 173명, 나머지 2명은 태국인이다. 이 중 승무원 2명만이 구조됐다.◆ 극적 생존자 2명, 서울로 전원해 치료 중극적으로 생존한 남성 승무원 이모(33)씨는 목포 한국병원에 이송됐다가 이대서울병원으로 전원했다. 검사 결과, 제9·10 흉추와 견갑골, 늑골 등 5곳의 골절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다.주웅 이대서울병원장은 29일 밤 병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트라우마도 있고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사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면서도 "시간·장소·사람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는 능력인 '지남력'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신경 손상으로 전신마비 등의 후유증 가능성이 있어 집중 관리 중"이라며 "심리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도 예정됐다"고 밝혔다.이 씨와 함께 생존한 여성 승무원 구모(25)씨도 가족 요청에 따라 목포 중앙병원에서 서울 서울아산병원으로 전원했다. 구 씨는 발목과 우측 두피에 열상 등 부상이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두 생존자는 각각 입원한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추가 검사를 통해 치료를 이어갈 예정이다.◆ PTSD 관리 우선과제 … 심리적 응급처지 중요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무엇보다 유가족들의 심리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전라남도의사회와 광주시의사회는 "유가족이 겪고 있는 깊은 슬픔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정신건강전문의가 참여해 정신과적 상담, 심리 및 약물치료 지원을 제공하겠다" 밝혔다.이어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하거나 영상으로 접한 사람은 PTSD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정신적 트라우마는 장기적으로 심리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영상과 사진 공유 자제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정부와 지차체, 의료계가 힘을 모아 시급한 PTSD 관리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참사에 대응하는 시급한 과제로 여겨진다.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을 지낸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본인의 SNS를 통해 "가능한 빨리 정신건강 전문가의 심리적 응급처치가 유가족들에게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불필요하게 사고장면을 반복적으로 방송하는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의료의 한계, 응급상황서 불안 요인이번 참사를 계기로 되짚어봐야 할 문제는 의료취약지의 한계다. 전남 서남권이 위치한 무안지역은 초동 대처와 치료과정에서 우려 요인이 많았다. 마땅한 대학병원 한 곳이 없어 대규모 응급환자 발생시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근본적 문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최종 치료가 가능한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 형성이 뒷받침돼야 원정진료를 떠나지 않고 중증질환 대응을 할 수 있고 대형참사에 대비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근무했던 이주영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사고 발생 직후 "인근 병원이 동시에 다 수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한 곳으로 환자를 몰리게 해서도 안 된다"며 본인의 SNS에 글을 남겼다.그는 "최중증 환자에 대해서는 함평국군병원과 대전국군병원의 외상·화상 진료 체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이는 무안지역 의료체계가 미흡한 상황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실제 광주지역 상급종합병원에도 부상자 대응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고 전남의사회를 중심으로 인근 병원 연계 대책 등 비상망을 가동한 상태였다.무안공항에서 가까운 상급종합병원은 광주 소재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으로 각각 64km가 떨어져 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이보다 먼 71km를 이동해야 한다.무안에는 무안종합병원이 응급실 가동은 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열악하고, 승무원들이 일차로 이송된 목표 한국병원과 중앙병원도 대형 재난에 대응하긴 역부족이다.상급종합병원은커녕 대학병원 조차 없는 전남 서남권 응급의료를 비롯한 진료 체계는 의료취약지로 분류된다. 예측 불가능한 대형 사고를 대비해 지역의료 확충이 필요함을 시사한다.올해 초 대통령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전남 의대 신설 등 안건이 실행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지난 26일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국립의대 신설은 정부가 담화문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수차례 약속한 것이므로 지켜져야 한다"며 "내년 3월까지 의대정원을 배정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한편 의료계 일각에서는 "만성적자가 예고됐던 무안공항이 아니라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며 "의대 신설보다 먼저 기존 의료기관 육성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