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이어 코로나 쇼크… 위생-방역용품 제조사는 선방저유가 영향 원가경쟁력 제고… 수익성 확대 기대감
  • ▲ 한 의료진이 의료용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 의료진이 의료용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다만 마스크, 구강청결제, 라텍스장갑 등 위생용품 관련 수요가 충격 일부를 상쇄했다. 이후에는 저유가 호재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1일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의 분기 실적발표를 보면 코로나19로 자동차와 가전 등 전방산업이 위축됨에 따라 대부분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감소했다.

    국내 화학업계 1위 업체인 LG화학의 영업이익은 236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810억원에 비해 15.8% 감소했고, 금호석유화학은 1435억원에서 1331억원으로 7.23% 줄어들었다.

    대산공장 폭발사고가 발생한 롯데케미칼의 경우 2977억원에서 마이너스(-) 85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롯데케미칼이 분기 기준 적자를 낸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31분기 만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품 수요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데다 3월 발생한 대산공장 폭발사고에 따른 일부 공장 가동 중단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화학 주요 제품은 스프레드가 개선됐지만,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 위생제품의 재료 판매가 증가하면서 실적 하락 폭을 줄이기도 했다.

    SKC는 음료수나 화장품 등의 재료로 주로 판매되는 프로필렌글리콜(PG)이 구강청결제와 손 소독제 용도로 판매가 늘어 PG를 생산하는 합작사 SK피아이씨글로벌의 영업이익률이 9%를 넘어서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C 측은 "마스크 착용에 따라 구강청결제 수요가 늘어 PG의 구강청결제용 판매는 지난해 평균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며 "기초화장품용 PG 판매 역시 늘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1분기 매출은 1조225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조2707억원에 비해 3.56% 감소했지만, 합성고무사업부는 1.67% 줄어드는데 그쳤다. 타이어 재료 판매량은 줄었지만, '니트릴 장갑'으로 알려진 라텍스 장갑의 원료 NB라텍스 수요가 늘면서 실적 하락폭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합성고무 부문은 1분기에 고원가 재료를 해소하고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제품 스프레드가 개선됐고, NB라텍스 등의 견고한 수요로 수익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손 소독제 원료인 아이스프로필알코올(IPA)을 생산하는 이수화학은 최근 에탄올이 품귀현상을 보임에 따라 대체 수혜를 보고 있다. 이수화학에 따르면 1분기에 필리핀에서 IPA 신규수주가 발생했다.

  • ▲ 셰일유 생산시설. ⓒ블룸버그
    ▲ 셰일유 생산시설. ⓒ블룸버그

    일각에서는 3월 유가 급락에 따라 원유로부터 유래되는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NCC(나프타분해설비) 기반의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설비경쟁력이 제고돼 석유화학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당장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원료를 미리 비축해둬야 하는 업계 특성상 유가가 폭락한 현 시점에서 원료를 비축해두면 코로나19 종식 이후 원가경쟁력은 급격히 호전될 전망이다. 여기에 수요가 회복되면서 제품 판매가격까지 오르면 수익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산유국들간 '치킨게임' 여파로 셰일업체들의 도산 또는 구조조정 등 생산량 감소로 에탄 가격이 높아지면서 ECC의 가격경쟁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CC는 천연가스에서 유래하는 에탄 가스를 원료로 석유화학의 기초유분인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다. 미국의 ECC들은 북미에서 공급이 크게 확대된 셰일가스에서 유래되는 에탄을 원재료로 사용하며 NCC에 비해 생산가격 측면에서 매우 높은 경쟁력을 갖는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나프타-에탄 스프레드는 4월 t당 142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6~2018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나프타 가격이 t당 200달러 이하에 머무르는 상태에서 에탄가스 가격 급등시 NCC의 생산원가가 미국 가스크래커보다 낮아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2015년부터 나타난 저유가 상황에서 석유화학 업황이 호황기에 들어섰던 시기를 보면 2014년부터 하락한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ECC(에탄분해설비)에 비해 NCC의 설비경쟁력이 제고됐다.

    그러면서 당시 추진되던 다수의 ECC 신증설 프로젝트가 채산성 우려로 지연됨에 따라 공급량 증가가 둔화되면서 수급 상황이 호전된 바 있다. 낮은 원료가격으로 수혜를 입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역사적인 호황기로 진입한 것이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ECC 대비 NCC의 생산비용 측면 경쟁력 제고 폭은 절대적인 유가 수준보다는 천연가스 가격과의 상대적인 가격차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 유가 급락으로 천연가스 가격과의 상대적 차이가 크게 축소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낮은 유가로 셰일가스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어 공급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에탄 가격의 상승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면 최근의 급격한 유가 하락은 ECC 대비 NCC의 설비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