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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공장을 전격 방문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기차 관련 전고체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을 것이라 관측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전기차를 넘어 도심 항공사업을 본격 준비하는 차원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고 안전성도 우수해 개인용 비행체에 최적화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지난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현황을 듣고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이날 방문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뿐만 아니라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과 서보신 현대차 상품담당 사장 등도 동행했다.
삼성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현대차 일행을 맞았다.
정 수석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오전 10시 정도부터 세 시간 가량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SDI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전기차에 적용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뤘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전기차 보다 도심 항공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고차 배터리의 상용 시기나 그 배터리가 가진 다양한 장점을 고려할 때 전기차보단 개인용 비행체 적용에 더 적합하단 이유에서다.
실제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은 이제 초기 단계다. 일반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때 연구개발과 상품개발 단계로 나눠지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상품보다 이른 연구개발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가 개인용 비행체를 개발해서 상용화하겠다는 2028년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 1월 CES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8년쯤 UAM 상용화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1회 주행거리가 리튬이온배터리보다 길단 점도 개인용 비행체에 적용하는데 장점으로 작용한다. 현대차는 올해 CES에서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을 전시하며, 여기에 고속 충전기 가능한 배터리를 적용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속도가 빠른 개인용 비행체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하면 배터리 소모가 빨라 이동거리에 제한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단점을 전고체 배터리가 보완해 줄 수 있단 얘기다.
무엇보다 우수한 안전성은 개인용 비행체에 최대 장점이 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말 그대로 전체가 고체인 배터리를 뜻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내부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과도한 열이나 충격을 받으면 폭발할 수 있는 기존 배터리와 차별화된다. 개인용 비행체를 상용화하는데 있어 낙하 위험을 하나라도 줄여야 하는 현대차에게 딱 들어맞는 부품인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출시하는 전기차에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이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가 배터리를 삼성SDI 제품으로 바꾼다면 새로 출시하는 전기차 플랫폼을 모두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직에 오른 2018년 9월 이후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 양재동 본사 로비에는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PBV(목적 기반 모빌리티)-Hub(허브, 모빌리티 환승 거점)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미니어처가 전시됐다.
현대차 로비에 자동차가 아닌 미니어처가 전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도심 항공사업에 대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기도 하다.이런 여러 이유로 정 부회장과 이 부회장이 만난 자리에서 전기차보단 도심 항공사업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1, 2위 그룹 총수가 단독으로 만났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두 사람이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다"면서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리는 큰 그림이 도심 항공사업에 있는 만큼 여기에 전고체 배터리를 어떻게 적용할 지를 논의하지 않았을까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