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 등 SUV 최상위 트림 잇달아 내놔세단은 '차급 파괴', 택시 출시 안 하기로고급화로 수입차 대응… 고성능 성장 동력으로 낙점
-
현대·기아자동차가 내수 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우한폐렴) 여파로 수출길이 끊기면서 안방 지키기에 바짝 고삐를 조이는 모습이다. 영토를 넓혀 가는 수입차를 견제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에 최상위 트림(세부 모델)인 ‘캘리그래피’를 신설했다.캘리그래피는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휠,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등으로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실내 공간엔 나파가죽 시트, 뒷좌석 수동식 커튼 등 소비자 선호 사양을 확대 적용했다.특히 VIP 옵션(선택 사양)을 도입해 ‘쇼퍼 드리븐 SUV’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뒷좌석에 2대의 모니터와 공기청정기, 냉·온장 컵홀더 등을 설치했다. 머리 지지대에 스피커도 탑재돼 있다.기아차는 모하비로 맞불을 놨다. 바로 다음날 모하비 더 마스터의 ‘그래비티’를 출시했다. 그래비티는 실내외 고급감을 높였다. 검은색 라디에이터 그릴과 20인치 휠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실내에는 운전대(스티어링 휠), 센터 콘솔마다 고급 소재인 알칸타라를 입혀 눈길을 끌었다.
-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현대·기아차의 고급화 전략은 세단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지난해 나온 더 뉴 그랜저와 K7 프리미어는 휠베이스(앞뒤 바퀴축 사이 간격)가 기존보다 각각 40㎜, 25㎜ 길어졌다. ‘차급 파괴’의 첫 신호탄인 셈이다.뒤이어 중형 세단 신형 쏘나타, 신형 K5는 수요가 많은 택시를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탈(脫)택시’를 본격화해 이미지를 제고하는 고급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는 신차 효과와 더불어 판매에 속도가 붙는 긍정적 역할을 했다.신형 쏘나타는 지난해 3월 내수 시장에 나와 8만9327대 팔렸다. 같은해 11월 출시된 신형 K5의 경우 누적 판매대수가 3만2101대에 달한다.고성능 브랜드 ‘N’도 또 다른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8단 습식 듀얼클러치변속기(DCT)를 품고 등장한 2020년형 벨로스터 N은 5영업일 만에 200여 대 팔렸다. 지난 한 해 월평균 판매 실적 대비 두 배 가까지 증가한 것이다.현대차는 이와 함께 오는 7월 주행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소형 SUV 코나 N을 양산한다. 여기에 쏘나타 N, 신형 아반뗴 N라인 등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로 고급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고성능차는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진출하지 못했던 시장인 만큼 사업 영역 확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