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0.2%-내년 3.9% 성장"… 기준 시나리오 'V자형' 회복 전망최악 시나리오 내년부터 점진 회복… 최상 시나리오 올해 1.1% 반등"기준금리 0% 수준으로 내려야…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증세 논의해야"
  •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가 1988년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좀 더 낙관적인 분석을 내놨다. KDI는 올해 우리 경제가 0.2% 플러스 성장한 뒤 내년에 3.9% 성장하며 양호한 회복세를 보일 거로 전망했다. 경제회복 시나리오를 'V자형'에 가깝게 내다본 셈이다.

    다만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피해가 다른 나라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가 바닥을 찍고 천천히 상승하는 'U자형' 시나리오에선 IMF 전망보다 낮은 -1.6% 역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와 내년 0%대 낮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나 농산물처럼 공급 측 요인에 의해 가격이 널뛰는 품목을 빼고 산출한 근원물가도 낮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해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는 당분간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DI는 20일 내놓은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가 올해 0.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전망(2.3%)보다 2.1%포인트(P) 낮춰잡았다. 상반기 -0.2%로 역성장하지만, 하반기 0.5%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봤다.

    KDI 전망치는 IMF(-1.2%)나 골드만삭스(-0.7%), 금융연구원(-0.5%)보다는 높고, 민간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0.3%)보다는 낮다.

    KDI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세계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0.8%)보다 심한 침체를 겪는 것이다. IMF도 지난달 발표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22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KDI 전망과 다른 점은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1.2%까지 낮춰잡았다는 점이다.

    KDI는 소비자물가는 경기 위축과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올해 0.4%, 내년에 0.8%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봤다. 0%대 중후반의 낮은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근원물가는 올해 0.3%, 내년 0.5%로 전망했다. 내년 0.2%P 오를 것으로 내다봤지만, 추세적 하락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5년간 근원물가 상승률은 2015년 2.4%, 2016년 1.9%, 2017년 1.5%, 2018년 1.2%, 2019년 0.7%를 기록했다. KDI는 지난 12일 내놓은 경제동향 5월호에서 낮은 물가상승률은 주로 국제유가 하락과 무상교육 확대에 기인했다며 디플레이션은 아니라는 견해였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이 추가적인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근원물가가 소폭 오를 것으로 내다본 만큼 디플레는 아니라는 견지는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KDI는 원유 도입단가(두바이유 기준)가 올해 45%쯤 내린 배럴당 35달러 내외, 내년엔 40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제했다.

    KDI는 취업자 수는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발생한 고용 충격을 정부 정책으로 보완하면서 올해 0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만명 초반 수준으로 내다봤던 지난해 하반기 전망에서 대폭 낮춰잡았다. 내년에는 고용 부진이 완만히 회복하며 다시 20만명 선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올해 수요 측면에서 코로나19로 민간소비와 수출이 큰 폭으로 위축된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는 지난해 부진했던 기저효과 등으로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대내외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는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성장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 국가재정.ⓒ연합뉴스
    ▲ 국가재정.ⓒ연합뉴스
    KDI는 단기적으로 취약계층 지원과 고용 안정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경제시스템을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통화정책은 되도록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를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최대한 내리고, 국채매입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 정상화는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2%) 수준에 충분히 안착할 때까지 참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KDI는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위기를 극복하려고 시행한 정책이 생산과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훼손하고, 기업의 건전한 진입과 퇴출을 제한해 신성장 산업의 발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코로나19 이후 재정건전성 관리에 대한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략적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세출 증가 속도를 최대한 막는 한편 재정수입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대안 모색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증세와 관련해 "당장은 경기가 안 좋아 어렵겠으나 중장기적으로 복지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국가채무비율이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그에 준해 재정수입도 확대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KDI는 코로나19 확산이 세계 가치사슬(GVC) 위축이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전개되지 않게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KDI는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등의 국제공조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의 외화보유액이 넉넉지 않은 만큼 안전장치로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공은 일본에 떠넘기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세종대학교 김대종 경영학부 교수는 "한일관계가 과거사 문제 등으로 최악의 상황이지만 이제는 양국 모두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형국이기에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 문제는 청와대와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한일 통화스와프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 경제전망.ⓒ연합뉴스
    ▲ 경제전망.ⓒ연합뉴스
    ◇최악에는 올해 -1.6% 역성장 전망도

    KDI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코로나19 범유행의 확산 범위와 기간에 따라 최악의 경제회복 시나리오도 전망했다.

    올해 0.2%, 내년 3.9% 성장한다는 전망은 '기준 시나리오'다. 이는 IMF의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토대로 세계경제가 올 상반기 큰 폭으로 하락한 뒤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회복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KDI는 코로나19 충격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상위 시나리오'에선 우리 경제가 올해 말 기존 성장률 경로에 근접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반기 들어 경기가 급반등하는 'V자형' 시나리오로, 올 상반기(0.3%)와 하반기(1.8%)를 거쳐 연간 1.1%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국가 간 이동제한과 기피심리는 일부 남아 해외여행 감소 등으로 말미암은 소비 부진은 올해 말까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경제활동이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하위 시나리오'에선 한국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소비와 투자 부진이 한국경제의 성장세를 빠르게 둔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위 시나리오에선 상반기(-0.7%)와 하반기(-2.5%)를 거쳐 올해 -1.6%까지 역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 실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원활히 추진되지 않아 코로나19가 재확산하거나 가을·겨울에 코로나19 유사 변종이 나타나면 성장률이 -1.6%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위 시나리오에선 내년에도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실직이 발생하는 등 우리 경제 회복 속도가 매우 완만하게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다만 KDI는 내년 하반기에는 회복 속도가 빨라져 상위 시나리오(2.6%)와 기준 시나리오(3.3%)보다 높은 4.8%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KDI의 내년 시나리오별 연간 성장률은 3.7~3.9% 수준으로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