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디지털세 보고서, 소비자대상사업 포함 입법목적과 배치구글·유튜브서 받을 세수보다 국내기업 유럽·미국 과세 더 커
  • OECD가 추진중인 디지털세(구글세) 과세대상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업이 포함된 소비자대상사업을 제외시키는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한경연)은 25일 '디지털세의 해외 도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현재 OECD 합의안이 당초 디지털세 도입 목적과 우리나라의 국익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디지털세는 일명 구글세로 불리는 새로운 과세방식으로 특정국가에 사업장을 두지 않고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IT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고안됐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미국기업이지만 한국에 사업장을 두지 않고 통신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연간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내면서도 정작 한국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런 기업을 대거 보유한 미국의 문제제기로 글로벌 소비자대상 기업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등 해외에 진출해 광범위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는 글로벌 기업에도 디지털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 OECD에서 현재까지 논의된 내용으로는 제조업을 포함한 광범위한 소비자대상 사업자중 매출액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의 글로벌기업에도 디지털세를 적용하기로 합의됐다. 이같은 내용이 올해 말 OECD 최종 권고안에서 과세대상으로 확정될 경우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해외에서 디지털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OECD는 지난 1월 이행체계 총회에서 디지털세 부과에 대한 기본 골격에 합의했으며 2월 G20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승인 절차를 거쳤다. OECD는 디지털세 도입시 전세계적으로 세수가 지금보다 4%(연간 1000억 달러)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 등 글로벌기업이 진출한 외국에 세금을 낼 경우 고스란히 한국정부의 세수 펑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해외에 부담하는 디지털세는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한경연 보고서는 구글, 유튜브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이 내는 디지털세보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서 부담하는 디지털세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글로벌 IT 기업들의 조세회피행위 방지를 위해 시장소재지에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세 법안 도입 취지와 소비자대상사업을 포함하는 것은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OECD 차원의 디지털세 도입이 결정된다면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보조를 맞춰야 하지만, 디지털세의 목적과 국익의 관점에서 제조업을 포함하는 등의 잘못된 점은 수정되도록 정부 차원에서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부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디지털세 대응팀'을 설치해 운영 중이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연말 꾸린 이 대응팀도 서기관급 팀장 1명과 실무인력 2명 등 3명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연은 "소비자대상사업이 디지털세에 포함된다면 상대적으로 소비자대상사업이 많은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베트남 등을 포함하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이는 아시아 국가의 과세주권이 미국과 EU에 침해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로 소비자대상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들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디지털세 과세대상에서 소비자대상사업이 제외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세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면 디지털서비스사업과 소비자대상사업을 구분하여 소비자대상사업을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안이라도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