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돈 서울대교수, “‘골드 스탠다드’ 기반 연구로 회복시간 31% 단축 입증”美 보건연구원 주도 연구의 의미, 국내서도 공공기관 중심 임상시험 필요성렘데시비르 국내 도입은 치명률 등 개선 입증 등 고려… 특례수입 절차 준용될 듯
  • ▲ 미국 NIH 주도로 약 2개월간 진행된 렘데시비르 임상연구 결과가 담기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지 논문. ⓒNEJM
    ▲ 미국 NIH 주도로 약 2개월간 진행된 렘데시비르 임상연구 결과가 담기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지 논문. ⓒNEJM
    코로나19 신약 재창출 과정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인 길리어드사이언스사(社)의 ‘렘데시비르’ 효과가 입증됐다. 또 다른 신약 재창출 약물인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대비 우위를 선점하게 됐다. 

    실제로 미국 FDA는 산소포화도 94% 미만의 중증환자에게 렘데시비르 긴급사용허가를 내려 5월부터 적용 중이다. 위약군 대비 회복시간이 31% 줄었다는 연구결과에 의한 것이다

    이 임상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주도 하에 10개국, 73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등 대규모로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가 참여했다. 관련 논문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지에 실렸다.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007764?query=featured_home)

    25일 오명돈 교수는 “NIH와 전 세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을 통해 렘데시비르가 현 시점 표준치료제로 설정됐다. 앞으로 개발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렘데시비르보다 월등하거나, 최소한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시급함으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도 많은 기관이 참여한 결과다. 실제로 지난 2월 21일에 환자등록을 개시한 지 2달만에 1000명이 넘는 많은 환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임상시험의 골드 스탠다드(gold standard)라고 불리는 이중맹검, 위약 대조 연구 디자인으로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위약 대조 실험서 ‘회복시간 31% 단축’  

    대규모 연구를 통해 전 세계 연구진들은 코로나19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또는 위약을 10일간 투여해 증상을 살펴봤다. 그 결과, 위약군 대비 렘데시비르 치료군에서 회복시간이 31% 단축됐다. 

    이 연구에서 환자의 상태는 (1)입원하지 않음, 활동 지장 없음 (2)입원하지 않음, 활동 지장 있음 +/- 집에서 산소 필요 (3)입원함, 산소필요 없음 + 진료 필요 없음(격리가 필요해서 입원중인 사례) (4)입원함, 산소치료 필요없음+진료 필요함 (COVID-19 관련 또는 다른 의학적 상황으로) (5)입원함, 산소 치료가 필요함 (6)입원함, 비침습 호흡, high flow O2 devices (7)입원함, 기계호흡, ECMO (8)사망 등으로 구분했다. 

    여기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기준은 (5), (6), (7)상태에 있는 환자이며 렘베시비르 치료 개시후 (1), (2), (3)에 도달하면 회복으로 정의했다. 

    이와 관련 오 교수는 “회복 환자는 퇴원이 가능하거나, 입원해 있더라도 산소치료가 필요없는 상태다. 이 시기가 단축됐다는 것은 인공호흡기나 중환자실과 같은 의료자원이 그만큼 더 많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 ▲ 렘데시비르 대규모 임상연구에 참여한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서울대병원
    ▲ 렘데시비르 대규모 임상연구에 참여한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서울대병원

    ◆ 공공기관 중심 임상연구가 진행돼야 하는 이유

    오 교수는 “미국 국립보건원 주관으로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에 특정 방향으로 결론이 설계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효과가 없어도 효과가 없는 대로 명확하게 연구를 진행해도 되는 장점이 존재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대다수 임상시험 자체가 글로벌 제약사의 자체적 비용부담을 통해 특정 결론에 대한 입증을 위한 연구와 맥락이 다르다는 점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중맹검, 위약 대조 디자인을 통해 임상시험을 추진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공공기관이 임상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입증하는 사례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에서도 이러한 임상시험을 주도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처럼 공공기관 역할론을 강화하면서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남겼다. 

    오 교수는 “일례로 에이즈 치료제 개발의 역사에서도 첫 치료제가 나온 이후에는 그 약물을  꾸준히 개선하여 강력하고 안전한 많은 치료제가 개발됐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치료제로 렘데시비르가 효과적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규모 연구를 시작으로 추후 코로나 바이러스를 더 잘 억제하는 2세대, 3세대 약물이 나오길 기대한다. 또 바이러스 증식 과정의 다른 부위를 타깃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와 인체의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약제들도 앞으로 개발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국내 도입은 치명률 등 임상효과 개선 후 

    대규모 임상을 토대로 표준 치료제로 렘데시비르가 떠오른 상황이지만 국내에서 의학적 데이터를 쌓은 후 국내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간 수치(ALT) 상승, 급성호흡부전, 구토 증세 등 부작용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렘데시비르와 관련해 실제 확진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 시험과 임상 3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증, 중증도나 중증의 실제 환자에게 투약해서 치명률, 부작용 혹은 임상 효과에 대한 개선 여부를 관찰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본격적인 렘데시비르 도입 및 사용 승인절차는 질본을 중심으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 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례수입 절차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