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안정화 차원…유통시장 매입 원칙 강조"국고채 발행 증가 따라 수급 불균형 우려"기준금리 0.5%로 인하…금통위원 만장일치경제성장률 마이너스에 소비자물가 0%대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국고채 발행 증가에 따라 채권시장의 수급 불균형 우려가 큰 만큼 필요시 국고채 매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3차 추가경정예산에 따라 국고채 발행 규모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금리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거나 가능성이 클 때 국고채 매입 등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국고채 매입 규모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상황과 국고채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 매입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르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발행시장에서의 국고채 매입이나 직접 인수 방안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유통시장에서의 매입을 통해 시장안정화 조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행시장 매입이나 직접 인수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실시하는 것"이라며 "재정 확충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재정건전성 신뢰도가 낮아지고, 정부부채의 화폐화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50%로 하향 조정해 역대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이번 결정은 본회의에서 제척된 조윤제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6명 전원 만장일치였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충격이 심화하자 3월 임시 금통위를 열고 0.50%포인트 대폭 인하한 뒤 4월에는 동결했다. 그러나 현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추가 인하 카드를 빼든 것이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장기화 여부에 따라 마이너스 성장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기본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했을 때 -0.2%를 전망한 것"이라며 "낙관적 시나리오 하에서는 성장률이 소폭의 플러스,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서는 마이너스 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전망치가 현실화되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5.1%)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하게 된다. 

    최근 재점화된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전개 양상 다음으로 주시하고 있는 하방리스크로 꼽았다. 특히 갈등이 전개될수록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미·중 갈등은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와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특히 수출 회복에 제약요인이 될 것"이라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나 어떤 조치가 어떤 강도로 나타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나의 큰 리스크로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재정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 공감하면서도 확장적 재정 정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을 적극 운용할 필요가 있지만, 이는 건전성 훼손 우려로 이어진다"며 "단기적으론 국가 채무 비율이 높아지겠으나 장기적으론 건전성 유지 노력을 병행한다면 정책 타당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확산에 따른 위기로 실물경제 위축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는 취약계층과 어려운 기업을 보호하고, 국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