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IMF "한국 마이너스 성장할 것"…기대한 V자 반등 언제쯤?하반기 전망 부정적, 코로나19 재확산·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 상존제조업·수출 주력산업 위축 뚜렷… 조기재정집행에 재원 한계봉착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권찬회 사진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권찬회 사진기자
    연일 암울한 경제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의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역대 최대규모 본예산 512조3000억원과 1,2차 추경 23조9000억원 등 쓸 수 있는 돈은 최대한 쏟아붓고 있지만 경기반등 기미는 좀처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경제상황이 소비위축에 따른 서비스업 위기에서, 수출감소에서 비롯된 제조업 위기로 확대되면서 하반기 경제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반기에는 V자 반등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상반기 재정집행에 총력을 쏟은 정부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이미 1,2차 추경예산은 거의 다 써버린데다, 3차 추경도 적자국채 발행액을 감안해 축소하거나 누락한 사업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금복지로 내수소비 위축은 어떻게든 막았지만 수출감소와 제조업 파산이 가중될 경우 4차 추경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장밋빛은 없다 하반기 전망도 암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내다봤다. 코로나19가 가을철 다시한번 재확산할 경우(Double-hit 시나리오) -2.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가 예상한 -1.2% 수치와 동일하다. 반면 한국정부는 지난 1일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서 0.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재부는 G20이나 OECD 국가중 한국의 성장률 조정폭이 가장 양호하다고 자평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G20 국가의 경우 지난해 2.7% 성장이라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반면 한국은 2.0% 성장에 턱걸이하는 저성장에 시달려왔다. 미국조차 지난해에는 2.3%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이 성장률 조정폭이 작은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저성장 기조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지적이다.

    재정여력이 서서히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해 한국 성장 2.0% 중 정부역할이 1.5%에 달할 정도로 한국은 재정기여도가 높은 국가에 진입했다. OECD는 "한국은 전례없는 다양한 정부 정책이 코로나 19로 인한 충격을 완화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3월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 중 사업예산 9조9000억원의 90% 이상(8조90000억원)을 집행했다. 14조2000억원이 편성된 2차 추경 역시 13조6000억원을 다 써버린 상태다. 2차 추경으로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2171만 가구 중 2160만 가구(99.5%)가 다 받아갔다.

    주요 경제부처에 배정된 예산도 절반 이상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올해 예산 8조1843억원 중 5조1076억원(62.4%)를 지난 4월까지 집행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조5879억원 중 5조8515억원(61%)를 지출했다. 가장 돈을 많이 쓴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로 12조5871억원 중 9조371억원을 지난 4월까지 집행해 71.8% 예산집행률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확산되면서 상반기 조기재정집행에 총력을 다하면서 필수경비를 제외하면 재정여력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반기 또다시 경제위기가 닥치면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 15대 품목 수출 시장 전망ⓒ전국경제인연합회
    ▲ 15대 품목 수출 시장 전망ⓒ전국경제인연합회
    주력 제조업 하반기 전망 대부분 부진

    정부 금융지원(대출)과 긴축정책으로 버텨오던 제조업 전망은 더 나쁘다. 반도체를 제외한 철강, 석유, 전자, 자동차, 조선·기계 등 주력 제조업은 하반기에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수출액은 3월 464억달러에서 4월 366억달러, 5월 349억달러 등 꾸준히 감소하면서 전년동기대비 4월 –25.1%, 5월 –23.7% 등 두달째 마이너스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관세청이 11일 발표한 이번달 1~10일까지 수출액은 123억달러로 일평균 수출액은 15억4000억달러에 불과했다. 전년동월대비 9.8% 감소한 수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국내 11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대상으로 '15대 주력품목에 대한 수출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4월 컴퓨터와 바이오헬스를 제외한 13개 품목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데 이어 5월에는 반도체와 선박을 포함한 4개 품목을 제외한 11개 품목이 감소했다. 5월 수출입동향만 보면 반도체(7.1%)가 소폭 오른 반면, 일반기계(-27.8%), 석유화학(-34.3%), 자동차(-54.1%), 철강(-34.8%) 등 나머지 주력품목은 급감했다.

    급감한 제조업의 회복 전망은 불투명하다. 전경련은 철강, 석유제품, 기계, 섬유류 등은 내년 상반기에나 회복세를 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셧다운으로 중국 철강 재고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전방산업 부진 및 글로벌 경기둔화로 철강경기 회복 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산업 부진 전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 재확산 가능성'(51.4%)을 꼽았고, '글로벌 수요 감소'(15.2%)와 '미중 패권갈등'(15.2%) 순으로 우려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로 보호무역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등 세계경영환경 지각변동으로 우리 수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위기의 끝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투자지원 확대와 규제완화·세제지원 등 기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서울 중구 서소문역사공원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는 시민들ⓒ뉴데일리 DB
    ▲ 서울 중구 서소문역사공원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는 시민들ⓒ뉴데일리 DB
    정부 지원금 한계 봉착, 세수 펑크… 4차 추경 가능성 ↑

    무너지는 산업지표에 버팀목 역할을 하던 정부 지원금도 서서히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제조업 여건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고용유지 지원금 등 정부 실업부조 재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그간 제조업은 서비스업에 비해 코로나19 영향이 작았지만 경기둔화, 수출 감소 등 2차 충격에 따른 제조업 고용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제조업과 수출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며 "앞으로는 고용시장 안정화를 넘어서 수출대책, 주력산업대책, 경기보강 등 전방위 대응이 되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제조업 취업자는 3월 2만3000명 줄어든 것에 이어 4월 4만4000명, 5월 5만7000명 등 매달 감소폭을 늘려가고 있다. 일시휴직자가 3월 161만명에서 5월 102만명까지 줄어들었지만, 직장에 복귀한 사람만큼 실직자로 전락한 사람도 늘었다는 얘기다. 실업률은 4월 4.2%에서 5월 4.5%로 늘어나며 전년동월대비 13만3000명 늘었다.

    이에따라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출해야 하는 정부부담도 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3차 추경까지 포함해 마련한 고용유지지원금은 1조6463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지만 연말까지 모두 충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월말까지 지급한 고용유지지원금은 2933억원에 불과하지만, 기업이 먼저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한 뒤 정부가 지급하는 구조라 하반기 지급액은 크게 늘 전망이다. 정부가 마련한 예산은 5월말까지 신청한 113만명에 대한 금액으로 향후 일시휴직자가 다시 폭증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크다.

    세수감소가 계속되는 점도 추가재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3차 추경에 세입경정 11조4000억원을 책정해 올해 세수감소폭이 12조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최근 국세 수입 현황을 토대로 추산한 결과 올해 국세 수입이 정부 예상보다 30조원 가까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가 내놓은 세수감소치의 2배가 넘는 수치다. 4차 추경이 고려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경기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면 당초 정부계획과 많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면서도 "우선 35조원이 넘는 3차 추경을 신속히 통과시켜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