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연일 고공행진…3월 폭락장 대비 113% 넘게 올라 전지 부문 중심 2분기 실적 고루 회복 전망…올해 영업익 컨센서스 1조3421억재무리스크·잇단 안전사고로 인한 신용등급 강등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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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의 주가 상승세가 심상치않다. 올해 1분기 처음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왕좌에 등극한 LG화학의 사업 성장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1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9000원 오른 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8일 종가기준 LG화학의 주가는 49만1000원으로 연초(31만4000원) 대비 56.4%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로 코스피가 급락했던 지난 3월19일(23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113.5% 급등했다.

    LG화학의 거침 없는 상승 행진은 글로벌 전기차 증가에 따른 2차전지 종목들의 성장 기대감 덕분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정부가 '그린 뉴딜'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대표기업 테슬라의 주가가 사상 첫 100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도 동반 질주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배터리 회사 맥스웰을 인수해 배터리 전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56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순익이 363억원에 불과했다. 올 1분기 순익은 전년동기 2119억원에 비해 82.9% 급감했다. 최근 고공행진하는 주가에 비해 저조한 실적이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부문 시장점유율의 확대 전망 속에 2분기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가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액 7조1979억원, 영업이익 2880억원이다. 나아가 올해 LG화학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49.85% 늘어난 1조3421억원에 달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판매 호조가 돋보이는데 최근 유럽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극복을 위한 성장 모멘텀으로 '그린뉴딜'을 통한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 중"이라면서 "중국 역시 점진적으로 전기차 판매 회복 중으로 LG화학은 텔사를 통해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간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처음으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를 기록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해 각국은 친환경 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며 "LG화학은 자동차 OEM 기업과 조인트벤처(JV)를 통한 증설 전략을 적극 추진중인데 이를 통해 생산능력 예상치가 증가해 글로벌 1위 전지 기업의 지위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의 증권가 목표주가는 줄줄이 상향조정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목표주가를 종전 50만원에서 55만원으로, 삼성증권은 41만원에서 48만원으로, KB증권 45만5000원에서 52만5000원으로 올려잡았다. 유진투자증권(50만원→60만원), KTB투자증권(45만원→55만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재무건전성 문제는 여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분기 LG화학의 부채총계는 연결 기준 19조705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4조129억원에 비해 4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가 1.26% 늘어나는데 그치면서 부채비율은 81.4%에서 113%로 악화됐다. LG화학이 부채비율 100%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7년말(111.4%) 이후 처음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LG화학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하향조정했다. 

    최근 LG화학은 중국 화학소재 업체인 산산(Shanshan)에 LCD 편광판 사업을 1조3580억원에 매각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 집중하는 한편 최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LCD 사업부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재무리스크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영업을 통해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뛰어넘는 대규모 투자 탓에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디스는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LG화학은 매각대금을 통해 부채 증가를 제한하고 배터리 사업을 위한 자본 지출에 자금을 대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거래가 LG화학의 금융 레버리지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처분된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 손실과 현금 흐름에 의해 부분적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LG화학의 조정부채가 2021년말 14조1000억~14조5000억원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국내외 안전사고로 인해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ESG 등급 하락 우려도 부담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와 대기오염물질 조작에 이어 인도 가스누출사고와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서도 폭발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를 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은 사회적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평가한 개별 등급과 이를 종합한 ESG 통합등급을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LG화학의 이번 안전사고는 오는 7월 등급 조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안전사고 발생 등 환경 요소가 투자 지표에 반영되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해 조달 금리가 상승하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화학은 안전사고에 대한 후속조치로 환경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하며 배수진을 쳤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철저한 반성을 통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면서 "환경·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은 절대 추진하지 않으며 현재 운영하는 사업도 환경·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철수까지도 고려하겠다.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한층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