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 소비, 다섯 달 만에 100만배럴 회복정제마진, 14주 만에 플러스 전환… 실적 회복 기대 '솔솔'"최악 지났지만, 1분기 어닝쇼크 여파 여전
  •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항공유 소비가 다섯 달 만에 반등하고,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던 정제마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사상 최악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던 정유업계에 실적 반등 기미가 보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한데다 2차 유행 조짐까지 남아 있는 만큼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항공유 소비는 182만배럴로, 4월에 비해 149%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의 증가세다. 4월 처음으로 100만배럴 밑으로 떨어졌던 항공유 소비가 다시 100만배럴대에 안착하면서 전반적인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A정유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가 국제선 노선들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요 회복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인 항공유는 정유업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품군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정유업계 매출에서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에 달한다. 업계 주력 제품인 휘발유 판매 비중이 비슷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항공유의 중요도 역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국가간 이동 제한으로 항공사들이 비행기 운행을 중단하면서 항공유 소비가 급감했다. 4월 소비량은 73만배럴로, 1997년 정부의 석유산업 가격자유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급기야 정유사들은 팔 곳이 없는 항공유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헐값에 처리하는 상황까지 펼쳐졌다.

    이 관계자는 "항공유는 일정 기간 이상 보관하면 변질되기 때문에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일부 업체들은 시장 평균 거래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바뀌자 정유사들은 반색하고 있다. 아직 석유제품 소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진 못했지만, 저점을 찍고 반등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실제 휘발유·경유 등 다른 주력 석유제품 소비 역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내 휘발유 소비는 780만배럴로, 4월에 비해 18.5% 늘었고, 경유 소비도 20.9% 증가한 1570만배럴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4월을 기점으로 석유제품 소비가 점차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14주 만에 정제마진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도 긍정적이다. 6월3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0.1달러를 기록했다. 3월3주 -1.9달러 이후 이어지던 역마진 행진이 끝난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원유 수요 증가 기대감이 더해졌고, 대부분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실적 개선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마진이 소폭 상승하면서 플러스 전환까지 성공했지만, 평균 마진은 -0.7달러에 불과하다. 정유사들이 손익분기점 수준의 정제마진을 기록했던 것은 지난해 10월이 마지막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2분기에도 1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1분기 4조4000억원이라는 역대 최악의 적자에서는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정유4사 가운데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손실은 각각 3869억원, 69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에 많이 안 좋았던 정제마진이 올라오긴 했지만, 아직 정유사들이 크게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2분기 손익 역시 원가 인하에도 수요 절벽으로 정제마진이 낮아 마이너스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3분기부터는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 국내 수요가 점진적으로 되살아나고 있고, 지난달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해외 주문에 대한 판매실적이 7월부터 반영되기 때문이다.

    B정유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시장 수요에 대비해 재고를 채우기 위한 해외 주문이 5월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선적까지 두 달가량 소요되는 만큼 7월부터는 수출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19 2차 유행 여부, 유가 변동성 등 여러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긴장감을 늦추기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석유제품의 수요가 하락과 과잉공급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저점을 찍었던 4월이 지나면서 항공유 등 석유제품 소비가 차츰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 2차 유행 등 불확실성이 큰 변수들이 상존하고 있어 아직은 실적 개선 여부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