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돈 풀어라"… 1~3차 추경 60조원 제조업 10곳 중 3곳 "코로나19로 자금난"정작 돈 필요한 기업은 대출 안나와 '절절'
  • 한국경제의 '돈맥'이 길을 잃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공급량'에만 치중한 채 정교한 설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지원을 약속한 40조원의 기안기금은 '개점휴업' 상태다. 올해 3차례에 걸쳐 책정한 추가경정예산안은 60조원에 달하지만 중복 예산 사례까지 나와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쏟았으나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개인에 흐르지 못하고 증시, 부동산에 쏠리는 형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4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9%로 발표했다. 두달 만에 1.9%P 낮춘 수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더 가혹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올 하반기 경기 회복을 위해 각국이 더 돈을 풀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우리나라의 '돈풀기'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1~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규모는 60조원이다. 특히 2차 추경안을 통해서는 전국에 있는 모든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최대 100만원까지 현금으로 지급하며 '돈의 맛'을 안겼다. 다만 연속된 추경에 따른 부실 지적도 잇따른다. 1차 추경에 반영된 193개 사업 중 실제 집행률이 절반도 안되는 사업이 130개에 달했고 편성 예산의 10%도 못쓴 사업도 13%나 됐다.

    시중에 유동성은 넘쳐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 잔액은 758조4천억원 규모에 달했다. 전달 대비 29조9천억원이나 높았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이자수익이 낮아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으로 분류된다. 

    반면에 기업들의 빚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이 945조1천억원으로 전달 대비 16조나 늘었다. 5월 기준으로 역대 통계상 증가폭이 가장 컸다.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더 극심하다. 벤처·스타트업 등 작은 회사일수록 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으며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사 308곳을 대상으로 '포스트코로나 기업 대응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2%는 "경영여건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7.3%는 힘든 요인으로 '자금난'이라 답했다.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유동성 공급은 현재까진 '매칭실패'에 가깝다. 

    지난달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대대적인 자금 지원을 약속했으나 자금집행은 한 달 째 0건이다. 

    산업은행 산하에 설치된 기안기금운용심의회는 지난 25일 5차 회의서 지원신청 공고 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진 못했다. 

    지원 문턱을 높여 신청할 수 있는 기업을 한정한 데다가 기금 지원 땐 고용을 90%이상 유지해야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대항항공 외 마땅히 지원할 후보군도 없다. 

    정부가 지원 업종으로 항공·해운업을 한정한 데다 △차입금 5천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명 이상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위기 등을 필수조건으로 내걸었다. 

    대신 자금은 증시·부동산을 향하고 있다. 

    내달 2일 상장을 앞둔 SK바이오팜의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 31조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청약경쟁률은 무려 323.02대 1이다. 또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면서 정부가 유동성 공급량에 집착해 세밀한 설계가 뒤따르지 못했다"면서 "60조원의 추경안 역시 포스트코로나 보단 현금성 복지 성격이 강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