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담당관·철도국 등 기재부·SR에 확인 나서"중간평가서 문제없어…최소 C등급 예상했는데"김 장관 "개선계획 수립"…전문가 "부처별 책임 평가해야"
  • ▲ SRT.ⓒ㈜에스알
    ▲ SRT.ⓒ㈜에스알
    수서발 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에스알(SR)이 2019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에 해당하는 '미흡'(D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국토교통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보통'(C등급)은 받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경영개선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국토부도 원인 파악에 나섰다. 평가주체가 국토부가 아니어서 결과를 번복할 순 없지만 평가과정에서 '의혹'이 확인된다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국토부에 따르면 SR의 첫 경영평가 결과가 뜻밖에도 D등급으로 나오자 관련부서에서 원인 파악에 나섰다. 먼저 혁신담당관실은 기획재정부에 직접 전화를 걸거나 SR을 통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보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혁신담당관실 관계자는 "(SR의 평가결과가) 난감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원인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기재부에도 확인하고 있는데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SR은 (중간평가 보고서에서) 특별한 지적사항이 없었다고 했다. SR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처럼 고객만족도조사를 조작한 것도 아니다"면서 "SR은 (중간평가 보고서를 토대로) 결과가 잘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결과가) 당황스럽다. (국토부도) 최소한 C등급은 예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SR의 한 관계자는 "최종평가를 앞두고 받은 중간평가 보고서에서 특별히 문제될 만한 지적사항이 없었다. 그래서 이의제기도 안했다"고 부연했다.

    혁신담당관실은 일단 SR이 공공기관으로서 받은 첫 평가이고 코레일보다 조직 규모가 작았던 것이 평가에 영향을 끼친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혁신담당관실 관계자는 "평가단 편람에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기관에 대한 평가 보정방식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평가대상 공기업의 체급이 작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평가점수에 보정이 이뤄진다면 SR의 낙제점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견해다.

    국토부 철도운영과도 이번 결과를 두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 철도운영과 관계자는 "우선 평가를 받은 기관(SR)에서 평가한 기재부에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보는 게 정석이다. SR에 무엇이 문제인지 평가 세부자료를 받아보라고 했다"면서 "SR에서 자료를 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R은 기재부에 평가 세부자료를 요청했지만, 일부만 받은 상태다. 자세한 평가자료는 오는 8월쯤에야 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SR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SR은 경영관리(배점 55)와 주요사업(배점 45)에서 절대등급과 상대등급 평가를 각각 받았다. 절대등급에선 경영관리와 주요사업에서 모두 C등급을 받고, 종합평가에서도 같은 C등급을 받았다. 반면 상대등급에선 경영관리와 주요사업에서 C등급을 받고도 종합평가에서 D등급으로 평가등급이 떨어졌다. 이번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경영관리와 주요사업 모두 C등급을 받고도 종합등급이 떨어진 공기업은 SR이 유일하다.
  • ▲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SR의 이상한 낙제점과 관련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 22일 국토부 간부회의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관련해 "평가 결과가 전에 비해 떨어진 산하기관은 분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코레일, SR과 관련해선) '결과가 안 좋으니 경영개선 계획을 제대로 수립해서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이 있었다"면서 "경영개선 방안을 찾으려면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파악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장관이 사실상 SR이 무슨 이유로 낙제점을 받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해 국토부가 권한이 없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장난질이 있었더라도 결과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설령 확인과정에서 오류나 잘못이 드러나도 기재부나 평가단이 이를 받아들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기재부가 국토부 산하기관에 대해서만 합당한 이유 없이 평가를 엉터리로 한 게 맞는다면 (김 장관이) 어떻게 대처할지는 관심(이 쏠린다)"고 귀띔했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유형은 세계적으로 여러 방식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방식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쯤 (기재부에) 공공정책국이 만들어지면서 도입됐다"면서 "(일본처럼) 부처별로 장관이 그동안 추진한 정책에 대해 책임지고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 공공기관운영위서 발언하는 홍남기 부총리.ⓒ연합뉴스
    ▲ 공공기관운영위서 발언하는 홍남기 부총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