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한달만에 1137건 법안 발의, 20대 국회 전체 발의건수의 5.2% 달해규제신설 및 강화법안 절반 육박… 주택임대·근로기준·상법·공정법 등재벌개혁 압박하는 코스피 3000법, "규제 늘어날수록 노동생산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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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석 의석을 앞세운 집권여당이 본격적인 규제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와 상임위원회를 주재하는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상황에서 여론수렴이나 야당견제는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앞다퉈 발의된 반(反)기업 규제법안들이 부동산·노동·재벌개혁 등 전분야에 걸쳐 확대되는 모습이다.1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6월 한달간 제출된 의원발(發) 법안은 총 1137건으로 20대 국회 전체 의원입법 발의건수 2만1594건의 5.2%에 달한다. 일하는 국회를 내세운 국회의원들이 너도나도 법안발의에 참여하면서 생긴 유례없는 입법대란이다.1100여개 신설 법안 가운데 없던 규제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규제완화 항목을 삭제하는 규제강화 법안은 500여건에 이른다. 국회 관계자는 "과거 국회와 달리 21대 국회는 개원부터 법안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임기 초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각종 규제가 담긴 법안들이 상당수"라고 했다.발의된 규제법안들을 살펴보면 전월세 인상률을 제한하고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부를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직장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게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노동관련법안,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건드리는 상법·공정거래법·지배구조법 등 재벌개혁법안 등이 포진해 있다. 근로·노동법을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82건인데 이중 70%에 달하는 58건이 모두 규제법안이었다.가장 우려가 큰 부분은 '코스피 3000법'으로 이름 붙인 박용진 의원의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재벌개혁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이루고 코스피 지수 3000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박 의원은 21대 국회 불과 한달만에 법안 52건을 대표발의했다.상법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도입 ▲집중투표제 전면도입 ▲이사해임 요건 마련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나 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는 소송 남발이 우려돼 심각한 경영권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제계는 경고한다.집중투표제도 소액 주주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져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져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이용될 공산이 크다. 박 의원은 "M&A는 자본시장에서 얼마든지 있을수 있는 일"이라며 "주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투자한 만큼 책임과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사업주가 공정거래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했을 때 과징금을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기업이 분할합병을 할 때 신설회사의 신주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현행 기업지배구조를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경제계는 긴장한 모습이다. 발의된 법안들이 마구잡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기업들은 옴짝달싹 할 수 없을 정도로 팔다리가 묶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은 2010년 이후 연평균 2.5%씩 올랐지만, 국내기업이 많이 진출한 중국 미국 등 10대 진출국은 0.8%씩 감소했다"며 "규제가 늘어날수록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고 기업경영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마구잡이식 법안 발의에 정부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의원입법 규제심사가 반드시 도입될 수 있도록 뜻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법시행시 일어날 규제영향에 대한 평가를 거치는 정부발의 법안과 달리 국회의원들은 아무런 견제없이 법안을 발의하는 행태를 문제삼은 것이다.정부 규제정보 포털에 따르면 20대 국회 의원입법안 2만1594건 중 18.2%에 달하는 3924건이 규제법률이었다. 또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62건은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는게 규제포털의 분석이다.미래통합당 관계자는 "국회의 연평균 입법건수는 1600건이 넘으며 이는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수치"라며 "제정되는 법이 많을 수록 규제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