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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현장에 파견된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해열진통제로 버티고 있다며 회사측의 성의없는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사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지친 내부직원이 직접 직장인 전용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 글을 올리며 알려지게 됐다.
자신을 7월 중순께 해외현장서 복귀한 현대ENG 직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현대엔지니어링 해외현장서 한국인 확진자가 20명이상 발생했지만 회사측은 그룹웨어에도 공지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회사차원에선 마땅한 지원책이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해외현장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한 해외현장은 코로나19 확진에도 불구하고 구비된 비상약이 없어 한국에서 가져간 진통제를 해외파견 직원들이 나눠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폭로했다.
내부고발인은 "한 현장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구비된 약조차 없어 일부직원이 한국서 챙겨온 상비약으로 병을 이겨내고 있다"며 "현지서 확진을 받고 완치판정을 받으면 다시 현업에 복귀시킨다"고 덧붙였다.
고발인은 회사측이 공사기간 준수를 위해 해외파견 직원들의 국내순환휴가를 막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 현장에서는 한 임원이 직원들을 한명씩 불러 (국내에) 복귀하지 말라는 면담까지 했다"며 "격리시설조차 제대로 된 곳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내부고발인은 직원이 자발적으로 국내순환휴가를 쓰지 않게 하기 위해 회사가 급여를 삭감하는 등의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글에서는 국내에 복귀한 해외파견직원의 재택근무를 선택옵션서 제외, 강제 자택대기시키고 평소 시간외수당이 함께 지급되는데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함으로써 자택대기땐 시간외 수당을 전부 삭감해 기본급의 70%만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대ENG 직원은 "코로나19로 국내 복귀를 통제하고 해외서 대기시키고 있다"며 "복귀를 해도 2주 자가격리때 재택근무가 아닌 자택대기로 급여의 70%만 주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족중 유학·출장 등 해외서 입국한 구성원이 있을때는 기존 재택근무서 자택대기 또는 연차를 사용하도록 강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해외주재원인 한 직원은 "해외파견직원이 코로나19 확진시 회사측의 조치나 대책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현대ENG 관계자는 "건설현장이 오지기도 하고 그곳에 병원을 차릴 순 없어 인근 어느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라는 프로세서를 다 준비해 놨다"며 "의료시설이 있는건 아니지만 상비약이나 비말마스크 등의 물품은 상시 준비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외파견직원 확진자 공지도 어떤 회사든 다 똑같겠지만 글로벌한 회사서 50여곳이 넘는 해외현장을 다 공유할순 없다"며 "예를 들어 싱가포르 어떤 현장에 확진자가 나왔을 경우 각 국가별로 공유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기업노조측은 "해외파견 직원들은 3~4개월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는데 코로나19로 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플랜트현장은 완전히 멈추게 하기는 힘들다. 그럴 경우 현장방역이라도 잘하고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가동해야 하는데 그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한 해외현장의 경우 코로나19로 현장이 스톱되긴 했지만 발주처에서 숙소만 제공하고 있어 길 전체가 셧다운된 상황에서 생필품도 안준다고 한다. 항공편이 끊겨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인데 국가가 나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