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유튜버 뒷광고 관행 수면위...사과, 은퇴 잇따라공정위, 뒷광고 금지 개정안 9월부터 시행...구체적인 지침 내용 빠져MCN협회 뒷짐만..."투명성 제고,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 지난 주말,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업종에 종사하는 지인이 소주 한 잔 하자는 전화가 왔다. 집 앞 부침개 집에서 만난 그는 술을 한 잔 마시자 대뜸 "뒷광고를 아느냐"고 물었다.

    뒷고기는 알아도 뒷광고는 생소하다는 기자의 대답에 지인은 껄껄 웃으며 최근 유튜브 뒷광고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뒷광고란 유튜버들의 은어로 협물 및 비용 등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는 행태를 말한다. 

    한국소비자원이 2019년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SNS 부당 광고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상위 인플루언서(Influencer) 계정 60개에 올라온 광고 게시글 582건 중 경제적 대가를 밝힌 게시글은 174건(29.9%)에 불과했다. 경제적 대가를 밝힌 174건조차 표시 내용이 명확하지 않거나 댓글, 더보기 등에 표시해 소비자가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였다. 

    이처럼 업계에 만연한 뒷광고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 계기는 전문 유튜버가 아닌 연예인 및 셀레브리티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7월 중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와 가수 강민경 씨가 '내돈 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것)'이라며 의류 및 화장품 등을 홍보한 콘텐츠가 뒷광고로 밝혀지면서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유명 유튜버 채널에도 뒷광고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들이 꼬리를 물었다. 양팡, 문복희, 보겸, 쯔양 등 수백만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튜버들도 뒷광고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과하거나 은퇴를 선언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1일부터 뒷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콘텐츠를 게재할 때 표시를 명확히 함으로써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단 유튜브 게시물 뿐만 아니라 각종 SNS 콘텐츠, TV 등 다양한 미디어에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시행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6월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의 원칙이나 추천·보증 광고의 매체별 공개방식 예시 등을 안내했으나, 구체적인 사례로 구성된 지침은 추후 배포한다고만 밝힌 상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이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고 사회적 영향력도 그만큼 커졌다. 이들을 관리, 지원하는 MCN 업체만도 수십 곳에 달한다. 창의성과 독창성만 갖추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뒷광고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유튜버 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MCN 회사들이 속해 있는 한국MCN협회는 지난 2016년 설립돼 현재 60개가 넘는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공정위는 대화의 장을 열어 이번 뒷광고 논란을 극복하고 투명성을 제고해야 된다. 유튜버, 기업 광고주, 시청자가 모두 만족할만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로 설립 5년째를 맞는 한국MCN 협회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존재감을 보여줘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