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로라' 美 남부 강타… 복구에 수개월과거에도 수급여건 개선 수혜… 관건은 '무역규제'
  • ▲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석유화학단지. ⓒ연합뉴스TV 갈무리
    ▲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석유화학단지. ⓒ연합뉴스TV 갈무리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현지 석유화학업체들이 생산 중단을 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미국 업체들이 주요 설비들을 3분의 1가량 줄이면서 글로벌 시장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에 위치한 웨스트레이크와 사솔 등 대형 석유화학업체들이 최근 연이어 일부 제품에 대한 '불가항력 공급 불능'을 선언했다.

    웨스트레이크는 거래업체에 보낸 공문에서 "제품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상황이 언제 해결될 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웨스트레이크는 PVC(폴리염화비닐)과 PVC의 원료가 되는 VCM((Vinyl Chloride Monomer) 관련 제품이 공급불능 상태다. 사솔도 폴리에틸렌(PE) 제품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이네오스 올레핀&폴리머와 포모사플라스틱 등도 일부 화학제품에 대한 불가항력 공급불능을 선언했다. 다우켐미칼과 CP케미칼, 리온델바젤 등도 일부 공장설비가 셧다운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들 공장이 집중된 미국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때문이다. 지난달 27일께 미국에 상륙한 허리케인 로라는 최고 풍속이 시속 150마일(241㎞)로, 역대 가장 강한 바람으로 이 지역을 강타했다.

    현지 언론은 허리케인 로라로 ECC(에탄분해설비)의 19%가 가동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시설이 파괴된 화학공장에서 가스 유출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제품의 글로벌 공급은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허리케인 영향으로 미국의 합성고무와 석유화학 정제 및 수급능력은 84% 감소한 상태다. 텍사스, 루이지애나주 연안은 미국 석유화학 정제·수급의 45%를 차지한다.

    일부 공장은 단기간 내 재가동이 가능하지만,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학공장에 전기, 스팀, 가스 등을 공급하는 유틸리티회사가 복구돼야 가동이 중단된 공장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며 "공장 재개시점은 현재로선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미국 석유화학업계의 생산중단으로 글로벌 전체 수요에 비해 △모노에틸렌글리콜(MEG) 7% △에틸렌 4%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3% △PVC 2% 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이에 따라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정제설비 30%가 밀집한 텍사스를 강타하면서 약 17%의 설비가 가동을 멈췄다. 당시 미국 업체들의 생산량 감소와 수급여건 개선으로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토탈, SK종합화학 등이 반사이익을 봤다.

    이번에도 에틸렌 가격 인상으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에서 공급 차질이 벌어진 제품들은 가격 상승을 보일 것"이라며 "한국 업계로서는 제품가격 상승이라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일부 화학제품 시황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가격 인상이 국내 업계에 또 다른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스티렌), TDI(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 PVC 등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한 시황 회복을 발판으로 한화솔루션,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업계 실적이 반등하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도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국내 에틸렌 최대 생산회사이자 에틸렌 제품군을 모두 생산하고 있는 만큼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LG화학은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미국 석유화학사들이 ECC를 통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것과 달리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해 에틸렌을 생산한다.

    생산중단에 따라 늘어난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NCC를 100% 가동하고 있어 제대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LG화학 측은 "현재 NCC 가동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며 "에틸렌 스프레드가 나쁘지 않아 앞으로도 현재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에틸렌 제품가격이 하락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나프타 가격도 급락해 에틸렌 스프레드는 1분기 평균 t당 158달러를 찍고 반등한 상태다. 현재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345달러로, 40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와 미국의 무역정책으로 반사이익 수준은 2017년에 비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장 코로나19로 에틸렌 제품 수요 감소로 제품가격이 하락했다. 반대로 코로나19로 수요가 급부상한 의료장갑의 핵심소재인 '부타디엔 고무'의 경우 폴리부타디엔 고무(PBR) 및 부타디엔 라텍스 수급과 관련한 미국의 반덤핑 정책으로 무역량 확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반덤핑 관세,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을 통해 국내 합성고무 생산업체의 수출을 제한해왔다 2017년에는 국내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업체들이 수출하는 합성고무 일종인 에멀션 스티렌부타디엔(ESB)에 대해 반덤핑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허리케인에 따른 수급 문제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보겠지만, 미국 석유화학단지의 생산물량은 자국 시장에 대부분 풀리기 때문에 미국의 덤핑관세 부과 기조가 완화하지 않은 이상 그 수준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