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결산배당 7천억에 중간배당 5천억까지업황 침체 따른 영업실적 부진 속 차입 부담 증가S&P, 'BBB-' 하향… 무디스 및 국내 신평사들도 '만지작'
  • ▲ SK E&S가 계약한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 지역에 조성 중인 LNG 액화설비. ⓒ연합뉴스
    ▲ SK E&S가 계약한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 지역에 조성 중인 LNG 액화설비. ⓒ연합뉴스
    SK그룹의 도시가스사업 중간지주사인 SK E&S가 신용등급 줄 강등 위기에 몰렸다.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금 완화를 위해 자산 매각을 단행한 것으로 판단됐으나, 배당에 매각대금 3분의 1가량이 빠져나가면서다.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업황마저 침체된 만큼 재무구조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신용등급을 강등시켰으며 무디스와 국내 신평사들도 하향 조정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 E&S는 이날 5048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4월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 매각을 통해 1조8101억원을 확보한 점을 고려하면 약 27%에 달하는 금액이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이에 앞서 SK E&S는 지난해 결산 배당금 7300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올해만 1조2348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무디스는 SK E&S의 대규모 중간배당이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이번 중간배당은 SK E&S의 재무 정책이 모기업 SK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SK E&S의 신용도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S&P는 아예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BBB-'는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역시 연이은 대규모 배당에 따른 현금 유출이 회사 재무구조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다예 S&P 연구원은 "현금배당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줄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다른 결정을 내리면서 당분간 차입 부담을 줄이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상반기 연결 기준 SK E&S의 부채 규모는 6조6939억원으로, 2년 연속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 5조9959억원에 비해 11.4%, 직전 5년 상반기 평균 4조6319억원에 비해 44.5% 증가했다

    5년 전인 2015년 상반기 3조2476억원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불어났다. 같은 기간 외부 차입금 규모도 2조1987억원에서 3조9694억원으로 80.5% 급증했다. 차입금의 경우 5년 연속 올랐다.

    게다가 지난해 말 1조원 규모의 여주복합화력발전소(1000㎿) 착공에 들어간 데 이어 호주 가스전 투자도 본격화할 경우 자금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S&P 측은 2020~2021년 연간 자본투자 규모가 7500억~9500억원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차입금 규모도 4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신규 발전소 건설, 해외 자원개발사업 투자 등 전력 및 LNG 부문 사업 확장으로 차입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중단기적으로 높은 자금소요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 ▲ 시운전 중인 첫 민간 LNG 수송선. ⓒSK E&S
    ▲ 시운전 중인 첫 민간 LNG 수송선. ⓒSK E&S
    뿐만 아니라 업황 침체로 저하된 수익성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적 둔화로 재무 완충력이 저하된 점을 고려하면 차입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전력판매가격(SMP) 하락과 전력수요 감소, 주요 발전소들의 정기보수 등으로 과거에 비해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40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964억원에 비해 34.9%, 직전 5년 평균 2673억원에 비해 10.6%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7.61%)도 각각 2.85%p, 1.12%p 감소했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영향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만큼 단기적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최근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미국 셰일가스 프로젝트의 수익성도 악화할 수도 있다.

    박다예 연구원은 "SMP의 경우 일반적으로 유가 변동분을 6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데, 올해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향후 12개월 동안 낮아질 것"이라며 "발전사업 부문 실적이 12~24개월 동안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여기에 셰일가스 프로젝트의 수익성 압박이 더해지면서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5300억원 규모에서 2020~2021년에는 2500억~4500억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신평사들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조원무 전문위원은 "이번 중간배당으로 지분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일부 희석됐다"며 "신용도 하방압력이 확대된 것으로, 기업어음 정기평가 시점에 신용등급을 재검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기평이 SK E&S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한 점을 감안하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까지 내포된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이 배당으로 쓰이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했던 자산매각 대금이 배당으로 유출된 것은 사뭇 다른 전개"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등급전망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검토한 결과를 최대한 빠르게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