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컨소시엄 2조 투자유치에 공동 보도자료 배포담당자 컨소시엄 구성조차 몰라 답변 떠넘겨실적 생색내기·기관간 높은 칸막이 등 구태 여전
  • ▲ 데이터센터 조감도.ⓒ새만금청
    ▲ 데이터센터 조감도.ⓒ새만금청
    새만금개발청이 모처럼 일을 냈다. 지지부진한 새만금개발에 국내 대기업의 2조원대 투자를 끌어냈다.

    새만금청은 16일 새만금 산업단지 2·5공구에 각각 3만3000㎡ 규모로 창업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SK컨소시엄을 선정했다. SK컨소시엄에는 SK E&S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50% 지분으로 참여했다. 협상을 거쳐 최종 사업협약을 맺게 되면 SK는 새만금에 2조원쯤을 투자하고 인센티브(투자혜택)로 수상태양광 1단계지역의 200메가와트(㎿) 발전사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새만금청은 이번 SK 투자 유치가 또다른 대기업의 새만금 투자로 이어지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새만금청은 발전사업에 대해 4건의 투자모델을 선정하고 투자금액에 따라 △산업투자형 △개발투자형으로 나눠 유치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양충모 새만금청장은 지난달 18일 취임식에서 "(그동안) 여러 노력에도 계획보다 개발이 더딘 새만금의 전기(轉機)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SK 투자 유치건은 양 청장이 말한 그 전기이자 첫 번째 구체적인 성과물인 셈이다.

    한가지 불편한 것은 국토교통부의 '갑질'에 가까운 행태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 SK컨소시엄 선정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는 새만금청과 국토부가 공동으로 배포하는 형식을 취했다. 신산업전략과와 복합도시정책과가 각각 담당 부서로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국토부 복합도시정책과가 투자 유치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다. 투자를 제안한 SK컨소시엄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조차 답변하지 못하는 정도다. 투자 유치와 관련해 가장 기본적인 내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컨소시엄의 직접투자 규모나 벤처기업 유치와 관련한 질문은 해봐야 입만 아플 지경이었다. 담당자는 "복합도시정책과 직원이라도 업무 담당자가 아니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이 컨소시엄 구성에 관해 "모른다"고 답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국토부는 보도자료 말미에 더 자세한 내용은 새만금청에 물어보라며 연락처를 남겼다. 보통 공동 배포 형식의 보도자료 말미에는 각 기관·부처의 담당자를 병기한다. 여기에 국토부 복합도시정책과 연락처는 없었다. 국토부는 질문해도 모르니 아예 묻지 말라고 친절하게(?) 안내까지 한 셈이다.

    새만금청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대외비로 관리한다"며 "(민감한 내용이라) 선정 결과는 전날(15일) 오후 5시쯤 국토부에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토부와의 업무 협조가 원활했는지를 묻자 즉답을 못하다가 잠시뒤 "그렇다"고 했다. 두 기관의 업무 협조가 원활한데도 국토부 담당자가 기본적인 내용조차 숙지하지 못할 정도면 국토부와 새만금청의 칸막이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만한 수준이다.

    국토부 담당자는 "사업추진 부서가 아니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며 "맥락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과 부서 이름을 걸고 배포되는 보도자료의 기본적인 내용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맥락'은 어느 선까지를 의미하는 건지 되묻고 싶다.

    새만금청이 투자 유치 실적을 생색내기 위해 일부러 관련 내용을 국토부에 함구한게 아니라면 국토부는 상위 감독기관이라는 이유로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슬쩍 숟가락을 얹는 구태를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 ▲ 국토부.ⓒ뉴데일리DB
    ▲ 국토부.ⓒ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