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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과 코로나19(우한폐렴)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서울 주택 시장에서 '거래절벽'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나오는 등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매도자와 매수자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규제로 인한 공급부족까지 겹쳐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깨졌기 때문이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4774건으로 전달(1만656건) 대비 55.2% 급감했다. 올 들어 최고점이었던 지난 6월 1만5583건과 비교하면 30.6% 수준으로 줄었다.
이달 들어서도 20여일이 지났지만 940건에 불과하다. 신고기한이 계약일로부터 30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거래는 늘어날 수 있겠지만 역대 최저 수준의 거래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은 줄었는데도 집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올라 4주째 상승 폭을 유지했다. 지난 7월 1주(0.11%)를 정점으로 상승률이 축소되며 보합(0.00%)에 점차 접근하고 있으나 14주 연속 상승하며 상승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 아파트 통계자료인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같은 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37% 올라 지난주(0.35%)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신고가 행진도 서울 강남·북 모두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59㎡는 16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7월 종전 신고가인 15억5000만원을 넘어서는 가격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주공5단지' 전용 82㎡도 24억6100만원에 계약이 체결돼 전고가인 24억3400만원을 뛰어넘었다. 강북에서도 노원구 '상계주공1단지' 전용 41㎡는 4억5000만원에, '상계주공14단지' 49㎡는 5억4500만원에 실거래됐다. 3개월 전만 해도 평균 3억 후반~4억 초반에 거래됐던 단지들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와 거래량 급감에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로 매수자와 매도자간 줄다리기가 본격화하며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집주인들은 매매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고 매수인은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양측의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또 공급부족이 심한 상황에서 정부의 각종 규제가 발표되면서 '매물잠김'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도 손꼽는다. 시장 전반에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규제가 많아 물량이 줄고 매물의 희소성이 높아져 되레 집값이 상승하는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가 아파트는 가격이 주춤하고 있는데 중저가 아파트는 여전히 최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며 "세금부담과 코로나19로 거래량은 떨어지겠지만 집값은 강보합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