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작년 태풍 북상시 국감장 벗어난 뒤 충실의무 위반""직원 인사비위 문제도 해임 사유… 엄중히 다룰 필요"구사장 "위기대응매뉴얼 따랐다… 법카 사용은 오해일 뿐"양측 주장 엇갈리고 사실관계 미흡해 추가 검토 필요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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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뉴데일리DB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자 국토교통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치적 쌓기와 사태 전환을 위해 구본환 사장 해임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일단 판단을 보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24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공운위가 열려 구 사장의 해임건의안을 상정, 처리할 예정이다. 공운위에는 구 사장도 출석해 자신과 관련해 불거진 의혹을 적극 소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구 사장이 지난해 10월2일 태풍 '미탁' 북상에 따른 대비를 위해 국정감사 도중 양해를 얻어 자리를 떴지만, 곧바로 퇴근해 사적인 모임을 했다며 충실의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구 사장이 '국감장 이석 후 시간대별 행적에 관한 사항'을 적어 국회에 사유서를 냈는데 오후 7시 이후 인천공항과 영종도 사택에서 대기했다는 설명과 달리 그 시각에 경기도 안양에서 식사하고 법인카드로 결제한 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한 올 초 직원을 부당 직위 해제하는 등 인사 문제로 갑질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10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같이 '부당한 인사'로 결론이 났다는 태도다. 국토부는 두 사안 모두 해임 건의 사유에 해당한다는 견해다.
  • ▲ 기자회견하는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연합뉴스
    ▲ 기자회견하는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연합뉴스
    그러나 구 사장은 억울하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태풍 북상 때 위기대응매뉴얼에 따랐을 뿐 관련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시는 기상특보가 발효되지 않아 풍수해 대응매뉴얼에 따라 대기체제를 유지했다는 주장이다. 법인카드가 경기 지역에서 사용된 것은 대기하며 저녁을 먹다가 내부 연락을 받고 영종도로 돌아가면서 지인에게 결제를 부탁했던 것일 뿐, 법률 자문 결과 문제 될 게 없다는 견해다.

    직원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구 사장은 "CEO의 인사권·경영권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국토부 주장대로면 우리나라 모든 공기업 사장이 해임 대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부당 인사'로 결론 난 것에 대해선 "노동위는 부당 여부를 노동자 편에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현재 노동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어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맞다 틀리다를 말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구 사장은 국토부가 1년 전 해명을 끝낸 사안을 끄집어낸 배경에는 최근의 인국공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는 생각이다. 그는 "(국토부가)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측면이 있다"며 "(인국공 사태로 옷을 벗고) 나가라 했는데 (내가) 안 나가니 바로 이걸(해임안 카드를) 들고나왔다"면서 "(해임 건의 논란의) 배경이 의심받는 이유"라고 했다.
    공운위는 이날 구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지 않고 일단 보류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국토부와 구 사장이 주장하는 바가 서로 다른 데다 사실관계가 미흡할 경우 법률 적용을 위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위원들이 최종 판단을 미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운위 운영에 관해 해박한 한 전문가는 "이번 사안은 1년에 1번 나올까 말까 한 사례로 흔치 않아 보인다"며 "공운법을 적용할 때 해임 대상자를 상대로 청문절차를 밟았는지 절차적인 부분도 따진다. 충실의무 위반의 경우 상법에서 관련 내용을 따오는 데 양측의 다른 만큼 신중히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한 고위공직자는 "(국토부 자체 감사에서) 구 사장 의견은 들었다"면서 "다만 (어떤 사안은) 구 사장이 공운위에 가서 따로 얘기할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해임안과 관련해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