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월북 무게…"발견당시 구명조끼·北 개인신상 소상 파악" 근거北 전통문과 차이…"부유물 타고 침입·대한민국 아무개로 얼버무려"
  • ▲ 해경 브리핑.ⓒ연합뉴스
    ▲ 해경 브리핑.ⓒ연합뉴스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47)씨에 대해 수사중인 해양경찰이 A씨의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해경 발표는 지난 25일 북한이 통일전선부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보내온 통지문의 내용과 핵심적인 부분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해경은 29일 수사상황 중간브리핑을 통해 지난 21일 실종돼 사망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국방부를 방문해 확인한 첩보 자료와 표류 예측 분석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해경은 먼저 A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을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업지도선에서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또한 북측이 A씨의 이름과 나이, 고향 등 신상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브리핑에서 "채무가 있다는 정황만으로 월북을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국방부 협조로 파악한 첩보자료 등을 통해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해경 설명으로는 A씨는 인터넷 도박으로 2억6800만원의 빚을 진 상태다.

    해경은 지난 21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의 조류분석 결과도 월북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표류 예측' 결과에 따르면 A씨 실종 당시 조류는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됐다는 설명이다. 다시말해 A씨가 조류 방향과 달리 소연평도에서 북서쪽 방향인 북한 등산곶 인근에서 피격됐다는 것은 A씨가 인위적인 노력 없이 단순히 떠내려갔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경은 A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발견된 슬리퍼는 A씨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했다. 해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식을 맡긴 상태다.
  • ▲ 어업지도선에 남아있던 공무원증.ⓒ연합뉴스
    ▲ 어업지도선에 남아있던 공무원증.ⓒ연합뉴스
    ◇수사 발표에도 월북 논란 진행형

    그러나 해경 설명은 지난 25일 북측이 전통문을 통해 밝힌 설명과 차이 나는 대목이 있다. 먼저 해경은 A씨가 북측 해상에서 발견됐을 때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을 국방부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측은 전통문에서 A씨를 '정체불명 침입자'라고 지칭했다.

    또한 해경은 A씨가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북측 전통문에는 A씨에 부유물을 타고 침입했다고만 돼 있을 뿐 구명조끼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특히 북측은 A씨를 총으로 쏜 후 10여m까지 접근해 수색했으나 부유물 위에 A씨는 없었고 부유물만 불에 태웠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A씨가 해경 설명대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면 총에 맞았더라도 바닷물에 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북측이 사후에 보낸 전통문에서 A씨를 특정하지 않고 '아무개' 등으로 표현한 것도 논란거리다. 북한은 전통문에서 A씨에 대해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경은 북측이 A씨가 설명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개인 신상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브리핑했다.

    A씨가 자진해 월북한 거라면 조류 방향과 다른 날을 골라 실행에 옮긴 것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해경은 A씨가 10여년간 어업지도선을 타면서 물때와 조류 등에 대해 잘 안다고 했다. A씨는 무궁화 10호가 출항하기 훨씬 전인 지난 9일 무궁화 13호를 타고 출항했다가 인사이동에 따라 17일 교대하려고 온 무궁화 10호로 옮겨탔다. A씨가 월북을 계획했다면 3년간 근무해 익숙했던 무궁화 13호에서 조류 흐름이 바뀌기 전에 실행했어야 더 자연스럽다.

    일각에선 군이 수집된 여러 첩보를 꿰맞추는 과정에서 '추정'에 불과한 정황을 단정해서 섣불리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부터 북측에서 A씨를 불태웠다고 발표했던 군 당국이 A씨 시신 훼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자 뒤늦게 수집한 첩보 내용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한 발 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 ▲ 피격 추정 위치.ⓒ연합뉴스
    ▲ 피격 추정 위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