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안방금고' 지키기 위해 향토은행 고군분투지방은행 모두 사업비 70% 이상 광역시에 집중 출연부산은행 출연금 207억…하나·국민은행과 맞먹어
  • 지방은행이 수십조원의 예산을 굴리는 '지방금고'를 지키기 위해 출연금(협력사업비)으로 600억원 가까운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대비 8분의 1 규모지만 과당경쟁 과열로 연고지역의 '안방금고'까지 뺏길 위험이 생기면서 향토은행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12일 국회 권은희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 등 5대 지방은행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기간 중 집행한 협력사업비는 총 568억1400만원이었다.

    협력사업비는 지역발전기금 명목으로 은행들이 지자체에 주는 돈이다. 지자체는 그동안 더 많은 협력사업비를 내는 은행에 금고 사업권을 내주는 경향이 강했다. 

    ◆부산시 금고 수성한 부산은행…출연금 지출액 압도적

    지방은행 중 덩치가 가장 큰 부산은행이 지자체에 쏟아부은 협력사업비도 압도적이었다. 전국 16개 지자체 모두 1금고를 운영하며 총 207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대형 은행인 하나은행(183억원)과 국민은행(214억원)의 협력사업비와 맞먹는다. 16개 지자체의 올해 예산규모(18조4900억원)의 0.11%가 협력사업비인 셈이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출연금을 쓴 신한은행(1804억원)의 협력사업비 비중이 0.16%인 점과 비교하면 부산은행이 금고 선점에 사활을 거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나머지 지방은행은 이 비중이 0.02%~0.04% 수준에 불과했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재정규모가 12조원 규모인 부산광역시 금고를 또 수성했다. 부산시 금고는 부산은행의 안방금고로 2001년부터 놓치지 않고 있다. 

    2017년부터 4년간 부산시 금고 운영에 167억원을 지출했으며, 이는 부산은행 총 협력사업비의 80.7%다. 올해 부산시에 낼 출연금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협력사업비 지출액이 큰 곳은 대구은행으로 23개 지자체 금고 운영에 총 148억8100만원을 집행했다. 

    대구은행 역시 지난해 대구광역시 금고에 재선정되면서 올해부터 4년간 50억원을 출연했다. 최근에는 경상북도 경산시와 포항시 1금고 운영권을 따내면서 각각 30억원의 출연금이 예상된다. 

    대구시, 경산시, 포항시 출연금을 합하면 110억원으로 대구은행 총 협력사업비의 73.9%에 달한다.

    광주은행 역시 이달 광주광역시 1금고를 수성해 내년부터 4년간 더 금고를 맡게 됐다. 1969년 이후 50년 이상 광주시 금고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1997년 이후 2금고 자리를 선점 중인 전라남도 2금고 운영기관으로도 이달 따냈다.

    4년간 광주시와 전라남도에 낸 돈은 각각 50억원, 25억5000만원으로, 광주은행의 21개 지자체 금고 총 출연금(103억7000만원) 중 72.8%를 차지한다.

    ◆경남·전북은행 1금고 1~2개뿐…주요 지역에 집중 출연

    반면 경남·전북은행은 대부분 2금고를 맡으면서 상대적으로 협력사업비 규모가 작았다. 다만, 주요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점은 비슷했다.

    경남은행은 20개 지자체 금고 중 울산광역시와 창원시 1금고를 맡고 있다. 두 지자체에 낸 출연금은 각각 27억5000만원, 22억원으로 총 협력사업비(64억9000만원)의 76.3%를 차지한다. 

    다만, 재정규모가 10조원에 달하는 '대어 금고' 경상남도 1금고는 농협은행이 운영, 2금고를 경남은행이 맡고 있다. 경상남도에 집행한 출연금도 10억원으로 큰 편이다. 

    전북은행도 13개 지자체 금고 운영에 총 43억7300만원의 협력사업비를 지급했다. 이 중 전주시만 1금고로 운영하고 나머지 모두 2금고다. 

    지난해 전주시 1금고를 또 따내면서 올해부터 3년간 20억5000만원을 출연했다. 전라북도 2금고 운영에도 14억원을 출연해 두 지자체 출연금이 전체의 78.9%였다. 

    이렇듯 지방은행이 광역시 금고에 철저히 방어하면서 향토지역 금고 사수에 힘을 주는 것은 2018년부터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대형 은행들이 자금력과 규모를 무기로 비수도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은행권의 과도한 출혈경쟁을 막고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고려해 금고선정기준을 손질했으나 시중은행이 계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지방은행의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연고지역의 주금고 자리를 뺏긴다면 수조원의 지역시민 세금이 있는 곳간 열쇠를 대형 은행에 맡기는 꼴이 되므로 금고 선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며 "아직 홈그라운드 사수에 성공하고 있으나 시중은행이 자금력으로 공격해오면 막아낼 재간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