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이후 신용대출 중심 가계대출 급증"자산시장 과도 유입으로 금융불균형 축적 우려시장 불안 가능성 염두…양적완화 도입 선 그어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저금리로 인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에 크게 우려했다.

    반면 적자국채 확대로 인한 채권시장의 수급불균형은 우려하지 않는다며, 양적완화 도입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6월 이후 주택거래나 주식자금 수요가 늘어나며 신용대출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모주 청약 붐이 일면서 주식투자 수요가 늘었고, 코로나19 이후 생활자금 용도의 대출도 많아지면서 가계대출을 전체적으로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9월 말 기준)은 957조9000억원으로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4·5월 5조원대 증가세를 보였던 가계대출은 6월부터 8조원대로 급증해 8월에는 16년 만에 최대치인 11조7000억원 불어났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부채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이미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증가세가 늘어나는 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늘어나는 가계대출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돼 금융불균형 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자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이나 시장안정화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10월 이후 계절적 요인으로 가을철 이사수요가 많아져 가계부채 자금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억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적자국채에 따른 채권시장의 수급불균형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한은은 올해 말까지 총 5조원 내외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시행키로 했다. 

    이 총재는 "내년 국고채가 대규모 순발행될 예정이어서 채권시장 수급 불안으로 작용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주요국 통화정책의 완화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국내 채권투자의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수급불균형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은 있어 외국인이나 국내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들의 채권수요 변화나 시장의 수급상황을 계속 지켜보면서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고채 이외의 공사채, 투자등급 회사채까지 매입대상에 포함하는 양적완화 도입에 대해서는 "최근 거시경제 흐름, 앞으로의 전망,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채권매입 대상이나 그 규모를 확대하는 도입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또 저금리에 따른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지만 부실기업 정리가 지연되는 부작용도 사실"이라며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는 비상상황에서는 구조조정을 조급히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 사태에선 생존기업과 부실기업의 판단은 물론 수요와 공급 모두 다 충격을 주는 보건위기에 따라 유동성 문제와 생존가능성 문제를 가려내기 어렵다"며 "생존기업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코로나 대응 노력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최선의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눈여겨 들을 만한 대목"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 태생적으로 비 기축 통화국이라는 점은 분명히 재정 운용에 있어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