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 브랜드 '아너' 매물로디지털차이나·샤오미·TCL 등 원매자로 부상반도체 수급이 발목...프리미엄폰만 이어갈 수 밖에美제재에 '몸집 줄이기'로 생존전략 가닥… 존재감 없는 韓시장서도 발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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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강력한 제재가 본격화되며 스마트폰 사업에 직격탄이 예상되는 화웨이가 결국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 매각에 나선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발목을 잡는 반도체 수급길이 막히면서 몸집을 줄이고 당분간 프리미엄폰 사업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하지만 동시에 프리미엄폰 신제품인 '메이트 40'을 선보이며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16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자체 중저가폰 브랜드 '아너(Honor)'의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로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인 디지털차이나, 샤오미, TCL 등이 원매자로 꼽히고 있다. 아너의 매각가는 150억~250억 원(2조 5000억~4조 2000억 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뿐만 아니라 해당 브랜드의 연구개발 부문과 관련 공급망 관리 사업까지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아너는 화웨이가 지난 2013년 가격에 민감한 젊은 층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선보인 서브 브랜드다. 중국 내수 판매를 중심으로 세를 키워온 동시에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큰 동남아시아 등지는 물론이고 화웨이폰이 진출한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조용한 인기몰이를 하는 브랜드였다.이번 화웨이의 아너 매각은 강도를 높여가는 미국의 제재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업계 전반의 평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도 아너는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신제품 '아너20' 시리즈를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올들어 화웨이로 향하는 반도체 수급망 전체가 차단되기 시작하며 화웨이도 스마트폰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압박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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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우선 중저가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해 몸집을 줄이는 방식으로 현재 처한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화웨이가 당분간은 스마트폰 사업의 정체성인 프리미엄폰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화웨이는 '메이트' 시리즈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아너 매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에선 손을 떼지만 메이트를 중심으로 프리미엄폰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더욱 굳건히 하는 모습이다. 구조조정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위기상황에서도 화웨이는 오는 22일 예정대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40'을 출시하며 우선 집토끼 사수에 나선다. 30일 정식 출시를 거쳐 글로벌 시장에까지 출시될지는 아직 미지수다.당장 신제품을 선보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을 탑재한 마지막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은 상황이다. 미국이 자국의 기술이 사용돼 제조된 반도체가 중국으로 유입되는 길을 완전히 차단해놓으면서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에 위탁 생산했던 기린도 더이상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향후 화웨이의 추가적인 몸집 줄이기 움직임은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중저가폰 시장을 상당부분 담당했던 아너 매각으로 상당부분 구조조정 효과를 누릴 수 있긴 하지만 글로벌 판매 지역별로 크고 작은 추가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이미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두고 있던 직영 서비스센터를 접으면서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웨이는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직영 서비스센터를 세우고 사실상 플래그십 매장과 같은 역할까지 겸하며 전진기지로 삼아왔다. 그러다 4년 만에 이 매장을 전격 철수하고 화웨이 제품 사후관리는 모두 국내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려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