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고소득자 DSR 규제 강화해 대출 차단규제 시행 전 대출 '막차' 수요 폭발 예상'영끌' 대출·부동산 가격 상승 부채질 우려신용대출·마통 규모 이달 되레 더 확대되나
  • 금융당국이 올해 급증한 신용대출에 대한 핀셋 규제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규제 시행 전까지 '막차'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은 물론 2금융으로 대출 수요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향후 투자를 위한 대기 자금 형식의 대출 확대도 우려된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은 이달 30일부터 시행된다. 고소득자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해 고액 신용대출을 막는 게 골자다. 

    연봉 8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가 제도 시행 이후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아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DSR 40%가 적용되고, 소득과 무관하게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고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면 해당 대출이 2주 안에 회수된다. 

    이번 규제는 대출 총액이 1억원이 넘지 않는 9900만원이거나, 1억원을 초과해도 30일 전에 받은 대출은 회수 대상이 아니다. 제도 시행 전 1억원이 초과한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가 기한을 연장하거나 금리 또는 만기 조건만 변경되는 재약정엔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제도 시행일인 30일 전까지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늘리거나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주택 구입할 길이 막히게 되는 만큼 미리 대출을 당겨 받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실제 지난 13일 금융당국의 규제 발표가 나온 이후 첫 영업일인 16일 은행 영업점 곳곳에서는 기존 신용대출자들의 추가 대출이나 만기 연장 여부, 한도 등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A은행 관계자는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규제하면 대출 없이 집을 구하기 어려운 무주택자들의 불만은 더 커질 것"이라며 "대출이 될 때 최대한 돈을 끌어모으고 투자를 위해 대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번 핀셋 규제가 대출 급증세에 불을 붙이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규제 강화로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빠르게 대출자금을 끌어다가 주택 마련에 뛰어들 수 있어서다.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가 지속되자 이번 신용대출이 마지막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올 1~10월 24조원 넘게 불어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규모도 되레 이달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와 별도로 은행권의 연말 신용대출 증가폭이 2조원을 넘기지 않도록 주문했으나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은행들은 이번 대책에서 제2금융권에 대한 DSR 규제 내용이 불명확한 만큼 자칫 저축은행 등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B은행 관계자는 "추가 대출이나 한도 문의 전화가 다음 주까지 계속해서 많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출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영업 현장에 혼란이 빚어질 수 있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한도를 꽉 채워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지갑 사정은 더 나빠질 수 있다"며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연체자가 되거나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