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사장 집유 4년… 조현식 부회장 집유 2년美 테네시 공장 등 해외사업 속도낼 듯경영권 분쟁은 진행형
  • ▲ 사진 왼쪽부터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 ⓒ한국타이어
    ▲ 사진 왼쪽부터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 ⓒ한국타이어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과 같은 결과로 큰 걸림돌이던 ‘오너 리스크’가 일부 해소됐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의 경영에 힘과 속도가 붙게 됐다.

    다만 승계를 둘러싼 ‘차남 대 3남매’ 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5-1부(부장판사 최병률 유석동 이관형)는 배임수재와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 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6억1500만원의 추징금 납부를 명했다.

    지난 3월 말 보석으로 석방된 조 사장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가 선고돼 구속을 면하게 됐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에 대해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사장에게 징역 4년 및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조 부회장의 경우 징역 2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의 지위와 관계, 범행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의 형량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출받은 탄원서는 사건 및 범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보인다”라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공장 ⓒ한국타이어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공장 ⓒ한국타이어
    촉각을 곤두세우던 한국타이어는 2심 판결이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국내외 경영 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게 돼서다. 무엇보다 코로나19(우한폐렴) 위기 상황에서 수장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내외 주요 공장이 완성차 업체 가동률 저하로 잇따라 멈춰 선 데다 이동 수요가 줄면서 교체용 타이어 판매까지 부진에 빠진 탓이다.

    지난 3분기(7~9월) 들어서야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3분기 매출액 1조8866억원과 영업이익 22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1조8352억원)보다 2.8%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4.6% 증가해 시장 예상(1824억원)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다.

    조 사장 진두지휘 아래 한국타이어가 가장 속도를 낼 부분은 해외 사업이다. 유럽 및 중국 시장에서 신차용·교체용 타이어 판매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수익성이 높은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을 높이고, 유동성 확보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멈춰 섰던 미국 테네시 공장 투자확충 계획 등을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회사 관계자는 당시 “조 사장의 공백이 너무 크다”며 “경영 불확실성 속에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인수합병(M&A)에도 다시 시동을 걸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사장 중심의 경영권 승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2대 주주(19.49%)이자 매각 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한온시스템을 사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사장은 조 부회장보다 더 공격적인 경영철학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업계에는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인수를 결국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었다. 조 부회장은 앞서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분간 보수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장은 이 밖에 경기 성남시 판교로 본사룰 옮긴 만큼 조직 개편과 연구개발(R&D)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해야 할 큰 변수도 생겨났다.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인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을 전부 매각한 게 자발적 의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자신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23.59%)을 조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다. 조 사장은 보유 지분이 42.90%로 대폭 늘면서 최대 주주 자리를 확보했다.

    차남 대 3남매 사이 경영권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법정 구속을 면해 업무를 보면서 분쟁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같은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만큼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