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관계없이 1억 초과‧연봉 2배 신용대출에 규제 강화고소득자 대출 부실 없는데 규제, 금융시장 논리 역행일각 "부동산에 흘러간 신용대출 규모 검증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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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 은행들이 고액신용대출한도를 금융당국지침 시행보다 앞서 본격적으로 조이면서 대출총량 관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신용대출 용도를 간섭하고 부실위험이 낮은 고소득자 대출을 막는 것은 금융시장 논리에 역행하는데다 그 근거도 명확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부터 소득에 관계없이 신용대출이 1억원이 넘거나 신용대출과 연 소득의 200%를 초과한 신용대출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신용대출이 1억원 이상인 차주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DSR는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로, DSR 규제가 적용되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은 감소한다.

    지난 13일 금융당국이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40% 규제를 오는 30일부터 실행한다고 예고했으나 그보다 앞서 은행들이 스스로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우량 신용대출과 일반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각 0.2%포인트, 0.3%포인트 깎았다. 지난 20일엔 연봉이 8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가능 한도를 ‘연소득 2배 이내’로 축소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8일부터 하나원큐 신용대출의 최대한도를 7000만원으로 줄였으며, 우리은행은 이미 직장인대출과 전문직 전용대출 등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조정했다.

    은행들은 30일 규제시행에 맞춰 당국 지침보다 더 강한 자율규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5대 은행 취합 ⓒ뉴데일리
    ▲ 5대 은행 취합 ⓒ뉴데일리
    은행권이 정부가 정한 규제 시작일보다 빠르게 대출을 옥죄는 이유는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이후 신용대출 막차 타기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급증한 영향이다. 이로 인해 연간 대출 총량 목표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9일 기준 131조354억원에 이른다. 이는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발표 앞날(12일) 129조5053억원과 비교해 불과 7일 만에 1조5301억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마이너스통장 개설 수도 신용대출 규제 발표 전날(11일)은 1931개였으나 19일 기준 3753개로 일주일 전보다 1822개나 늘었다. 

    일각에선 고소득자 대출에 부실이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자 금융시장 논리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용도가 높고 상환능력이 좋은 차주가 대출을 더 많이 받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규제는 개인의 재산권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 규제회피나 갭투자를 위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고소득·고신용자가 받은 신용대출이 주택시장으로 흘러가 가격 불안정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늘어난 신용대출이 어떤 계층에서 주택시장으로 언제 얼마나 흘러갔는지에 대한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고신용자 대출은 규제하고 소상공인 대출은 독려하는 게 지속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져 그 비용이 금리인상 등 다른 고객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